2026 예비선거에 수천만 달러 투자한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성적표는 ‘절반의 성공’

AI 규제·부유세 앞두고 캘리포니아 예비선거에 거액 투입
주지사 선거는 실패, 주의회·지역 선거에서는 영향력 확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매트 메이헌 산호세 시장.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가 2026년 캘리포니아 예비선거에 수천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인공지능 규제와 부유세, 기업 규제, 노동계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번 선거는 빅테크와 벤처캐피털, AI 기업들이 캘리포니아 정치권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KQED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인공지능 기업 임원, 테크 억만장자들이 주지사 선거부터 주의회·지역 선거까지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상당수 선호 후보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테크 업계가 지원한 슈퍼팩들은 일부 주요 지역 선거에서 후보들을 본선에 올려놓으며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가장 상징적인 패배는 산호세 시장 매트 메이헌의 주지사 도전이었다. 매트 메이헌은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가 가장 선호한 민주당 후보로 꼽혔다. 그는 산호세 시장으로서 노숙자 문제, 치안, 주거 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우며 ‘실리콘밸리식 실용주의’를 주 전체로 확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트 메이헌은 6월 2일 예비선거에서 낮은 득표율에 머물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가디언은 매트 메이헌이 약 5천만 달러 규모의 후원금을 모았고, 그 상당 부분이 테크 업계에서 나왔지만 개표 초반 약 4% 득표에 그치며 6위권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매트 메이헌의 패배는 실리콘밸리 정치 자금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구글, 아마존, 링크드인, 도어대시, 팔란티어 등 주요 테크 기업 전·현직 인사들이 후원에 참여했지만, 막대한 자금만으로 주 전역 유권자의 인지도와 신뢰를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진보 성향 유권자와 노동계에서는 테크 억만장자들이 특정 후보를 앞세워 캘리포니아 정책 방향을 바꾸려 한다는 경계심도 커졌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선거 개입이 전면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상징적 타격을 입었지만, 주의회와 지역 선거에서는 테크 업계가 지원한 후보들이 상당수 11월 본선에 진출했다. 이는 테크 업계가 주 전체 선거보다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지역구 선거와 주의회 선거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구글과 메타가 각각 거액을 투입한 ‘캘리포니아 리즈’,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이 후원한 ‘그로우 캘리포니아’ 등 슈퍼팩들이 주목을 받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로우 캘리포니아는 암호화폐 업계 거물 크리스 라슨과 팀 드레이퍼로부터 총 2천만 달러를 지원받았고, 캘리포니아 리즈는 구글과 메타로부터 총 1천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들 단체는 주의회 후보들을 지원하거나 반대하는 광고전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테크 업계가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배경에는 인공지능 규제 문제가 있다. 캘리포니아는 오픈AI,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자리 잡은 핵심 지역이자, AI 안전성·투명성·책임 문제를 둘러싼 규제 논의가 가장 활발한 주 가운데 하나다. 테크 업계는 주의회 구성이 향후 AI 규제의 강도와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규제 완화 또는 친기업적 접근을 지지하는 후보들에게 자금을 집중했다.

부유세 논의도 중요한 변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또는 고소득층 과세 강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과 벤처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이 기업 투자와 창업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정치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와 진보 진영은 빅테크와 초고액 자산가들이 공공재원 확대를 막기 위해 선거를 돈으로 흔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번 예비선거는 실리콘밸리 정치 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줬다. 대중적 인지도와 정당 내 기반이 중요한 주지사 선거에서는 막대한 자금만으로 승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반면 주의회와 지역구 선거에서는 슈퍼팩 광고와 독립 지출이 후보의 생존과 본선 진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결국 실리콘밸리의 2026년 캘리포니아 예비선거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매트 메이헌의 패배는 테크 업계에 뼈아픈 상징적 실패였지만, 주의회와 지역 선거에서 확인한 영향력은 11월 본선을 앞두고 더 큰 정치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I 규제, 부유세, 노동계와의 충돌이 계속되는 한 캘리포니아 선거는 앞으로도 빅테크와 유권자, 규제 당국이 정면으로 맞서는 정치 전장이 될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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