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웨스트’ 샌프란시스코 떠난다…내년부터 애리조나 피닉스서 개최

50여 년 이어진 베이 지역 개최 역사 종료
반도체 생산 거점 이동·도심 관광 회복에 부담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세미콘 웨스트 전시회 모습. 사진=세미콘 웨스트.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웨스트’가 50년 넘게 이어온 샌프란시스코 개최 역사를 마무리하고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전한다. 대형 컨벤션을 중심으로 도심 관광과 호텔산업 회복을 추진해 온 샌프란시스코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반도체·전자산업 공급망 기업들을 대표하는 국제반도체산업협회 세미는 지난 7월 30일 세미콘 웨스트의 장기 개최지를 피닉스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7년 행사는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피닉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2028년 행사는 5월 9일부터 11일, 2029년 행사는 4월 3일부터 5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마지막 세미콘 웨스트는 오는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모스코니센터에서 개최된다. 이후 기존의 샌프란시스코·피닉스 순환 개최 계획은 폐기되고 피닉스가 북미 지역 행사의 장기 개최지가 된다.

세미콘 웨스트는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첨단 패키징,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컴퓨팅, 공급망, 인력 양성 등 반도체 산업 전반을 다루는 북미 최대 규모의 전시회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장비업체, 연구기관, 정부 관계자, 투자자들이 참가해 기술과 시장 동향을 공유해 왔다.

첫 행사는 1971년 산마테오카운티 박람회장에서 열렸다. 당시 80개 업체와 약 2천800명이 참가했으며, 이후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세미콘 웨스트도 대표적인 기술산업 행사로 자리 잡았다. 행사는 이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로 옮겨져 50년 이상 베이 지역을 상징하는 반도체 전시회로 개최됐다.

당초 세미는 2023년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에서 세미콘 웨스트를 번갈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5년 행사가 처음으로 피닉스에서 열렸고, 2026년에는 다시 샌프란시스코, 2027년에는 피닉스에서 개최하는 순환 일정이 마련됐다. 그러나 피닉스 행사에 2만 명 이상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수준의 흥행을 기록하자 피닉스를 장기 개최지로 확정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조 스토쿠나스 세미 미주지역 회장은 피닉스를 장기 개최지로 정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일관된 행사 환경을 제공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애리조나 반도체 산업의 동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피닉스에서 열린 첫 행사가 지역 혁신 생태계의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행사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최 시기도 기존 가을에서 봄으로 변경된다. 세미 측은 하반기에 세미콘 인디아와 세미콘 타이완, 세미콘 유로파, 세미콘 재팬 등 국제 행사가 집중돼 있어 일정이 겹치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북미 행사를 봄으로 옮기면 전시업체와 참가자들이 세계 각지의 세미콘 행사에 보다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닉스 이전의 가장 큰 배경은 미국 반도체 생산기지의 지리적 변화다. 애리조나에는 대만 반도체 제조기업 TSMC를 비롯해 인텔과 앰코테크놀로지, 반도체 장비·소재 공급업체들이 대규모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거점을 조성하고 있다.

애리조나 반도체 산업에는 2020년 이후 2천억 달러가 넘는 투자가 유입됐다. 주 정부와 기업들은 반도체 공장 건설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과 부품·소재 공급망, 전문인력 교육 프로그램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미 측은 이러한 산업 기반과 인력 양성 체계가 피닉스를 세미콘 웨스트의 새로운 중심지로 선택한 핵심 이유라고 밝혔다. 애리조나주도 기업과 대학,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반도체 인력 개발사업을 확대하며 생산시설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이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 컨벤션과 관광객 유치를 통해 도심 경제 회복을 추진해 온 샌프란시스코에 악재로 평가된다.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회는 참가자들의 호텔 숙박과 음식점 이용, 교통·관광 소비를 유발해 도심 상권과 서비스업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샌프란시스코 관광협회에 따르면 2026년 모스코니센터에서는 모두 38개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며, 이를 통해 67만4천 박 이상의 호텔 숙박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보다 약 6% 증가한 규모로, 컨벤션 산업은 샌프란시스코 관광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꼽혀 왔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인공지능 관련 기업과 행사를 유치하고 일부 대형 컨벤션의 장기 개최 계약을 확보하며 도심 회복세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세미콘 웨스트가 피닉스로 완전히 이전하기로 하면서 성장 산업과 연계된 대형 행사를 둘러싼 도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번 결정은 반도체 기업의 본사와 연구개발 인력이 여전히 실리콘밸리에 밀집해 있더라도 실제 생산공장과 공급망 투자가 이뤄지는 지역으로 산업 행사의 중심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도체 설계와 벤처투자 중심의 베이 지역과 생산·첨단제조 중심지로 성장한 애리조나의 산업구조 변화가 전시회 개최지에도 반영된 셈이다.

세미콘 웨스트는 오는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지막 행사를 개최한 뒤 2027년 봄부터 피닉스 시대를 시작한다. 50여 년 동안 세계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온 대표 전시회의 이전은 샌프란시스코 컨벤션 산업의 손실을 넘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생산시설과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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