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에 갇힌 평화의 소녀상, 6년여 만의 잛은 자유…바리케이드 완전 철거 요구 커져

시민들 곁으로 돌아온 평화의 소녀상
곳곳에 남은 훼손 흔적 아쉬움 터져나와
4월에는 수요시위 날에만 개방하기로

바리케이드가 철거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사진 = 정의기억연대.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의 ‘평화의 소녀상’이 약 6년 만에 시민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경찰 바리케이드 안에 가려져 있던 소녀상이 잠시나마 개방되면서, 현장에는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함께 감돌았다.

정의기억연대가 1일(한국시간) 연 정기 수요시위를 앞두고 경찰은 소녀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바리케이드를 잠시 치웠다. 오전 11시30분께 시작된 철거는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됐고, 그동안 가려져 있던 소녀상과 주변 바닥의 낙엽, 쓰레기까지 한눈에 드러났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바리케이드가 치워진 뒤 소녀상을 직접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녀상 곳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확인됐다. 머리와 손, 옷 부분의 표면이 벗겨진 곳이 있었고, 자잘한 상처도 적지 않았다. 옆 의자에는 얼룩이 남아 있었고, 비문 주변에도 긁힌 자국과 변색된 부분이 보였다.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들은 바리케이드가 치워지자마자 곧바로 주변 정리에 나섰다. 낙엽과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을 쓸었으며, 동상 표면에 남은 먼지와 얼룩도 닦아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 역시 소녀상 상태를 살피고 청소에 힘을 보탰다.

시민들도 소녀상 곁으로 다가와 짧지만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일부는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사진을 남겼고, 외국인 방문객들도 현장을 찾았다. 브라질에서 온 한 시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다룬 소설을 읽고 이곳을 찾게 됐다며, 소녀상을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어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소녀상을 살펴보는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 사진 = 정의기억연대.
소녀상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것은 2020년 6월부터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반대 집회가 이어지면서 훼손 우려가 커졌고, 보호 조치의 하나로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그 뒤로 소녀상은 시민들과 자유롭게 마주하기 어려운 공간이 됐다.

이번에 일부 개방이 이뤄진 배경에는 최근의 변화가 있다. 반대 집회를 주도해온 인물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고, 이를 계기로 정의기억연대는 경찰과 구청에 바리케이드 철거를 요구했다. 경찰은 우선 4월 한 달 동안 수요시위가 열리는 날에만 소녀상을 개방하기로 했다. 이달 마지막 주에는 바리케이드를 완전히 철거하고 보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번 조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희 사무총장은 그동안 소녀상이 마치 철창 속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상태였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더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소녀상 곁에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폐쇄회로텔레비전 설치 같은 안전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요시위 모습. 사진 = 정의기억연대.
이날 수요시위는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나영 이사장은 고인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전쟁 범죄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증언자라고 평가했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5명뿐이다. 현장에서는 소녀상 옆 의자 위에 고인을 기리는 영정이 놓였고, 추모의 마음을 전하는 헌화도 이어졌다.

다만 정의기억연대는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 않는다.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제도적 보호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함께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행사가 마무리된 뒤 경찰은 오후 1시12분께 다시 소녀상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짧은 개방이었지만, 시민들은 그 시간 동안 소녀상 가까이에서 머물며 사진을 찍고 의미를 되새겼다. 오랜만에 시민들 앞에 다시 선 평화의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 묻는 상징으로 자리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