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트럼프의 공영방송 NPR·PBS 연방지원 중단에 ‘위헌’ 제동

보도 성향 이유로 예산 끊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PBS 빌딩. 자료사진.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영방송 지원 중단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연방법원은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텔레비전 PBS에 대한 연방 지원을 끊도록 한 대통령 지시를 영구적으로 막는 판결을 내렸다고 AP가 이날 보도했다. 법원은 이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 성향을 이유로 특정 언론기관을 불이익 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정부가 자신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을 겨냥해 예산을 끊는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관점 차별이자 보복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대통령 지시는 모든 연방 기관에 NPR과 PBS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내용이었다. 법원은 정부가 특정 기관의 과거 발언이나 보도 내용을 이유로 연방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사례를 정당화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NPR과 PBS가 민주당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해왔다. 법원은 이런 발언과 행정 조치의 흐름을 볼 때, 이번 지시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억누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판단했다.

NPR 측은 정부가 의회가 배정한 보조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정부가 자사의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사실상 보복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NPR 대표는 이번 판결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권리를 분명히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공영미디어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PBS 측도 이번 판결을 반기며, 정부의 조치는 전형적인 위헌적 차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교육과 공익이라는 본래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당장 현장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있고, 의회와 행정부의 잇따른 조치로 공영방송 체계가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 지시 이후 교육부를 통해 PBS에 지원되던 어린이 프로그램 예산 수백만 달러가 즉시 끊겼고, 그 여파로 관련 부서 인력의 3분의 1이 해고됐다. 여기에 의회가 NPR과 PBS에 대한 전체 예산을 없애기로 하면서, 그동안 지원금을 배분해오던 공영방송 지원기구도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은 이 지원기구가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일부 쟁점은 더 이상 판단할 실익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가 이 기구를 넘어서 모든 연방 기관에 NPR과 PBS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위법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은 이번 판결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예산권을 이용해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을 처벌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NPR과 PBS 지원 문제를 단순한 예산 논쟁이 아니라, 정부가 언론 보도 내용에 따라 불이익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헌법 문제로 다시 확인한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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