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조선일보가 망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지난 10월 10일 국정감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기림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이광재, 김영호(이상 더불어민주당), 태영호(국민의힘), 김홍걸 의원(무소속).
조선일보가 10월 21일(한국시간) 특파원 리포트로 ‘정치가 망친 위안부 기림비’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은 여당 국회의원들이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한 것이 문제가 있다며 현 집권 여당이 ‘위안부’를 이용해 정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조선일보의 칼럼은 사실일까. 하나하나 짚어봤다.

❖팩트 체크
►조선일보 칼럼 내용 ①
최근 주(駐)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이 지역의 일본군위안부 기림비가 이슈가 됐다. 기림비가 세워진 지 4년이 넘도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들이 한 번도 참배를 안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김영호 의원 등이 “일본이 기림비 철거 로비를 하니 공관장이 나서 막으라”고 했다. 총영사는 “공관장이 대놓고 기림비를 관리하면 외교 분쟁이 날 수 있다. 민간 주도로 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그러자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위안부는 일본 잘못인데 무슨 외교 분쟁이냐”고 호통을 쳤다. 이 의원들은 솔선수범하듯 다음 날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로 몰려갔다. 이곳은 이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윤미향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다녀간 곳이다.

이런 장면은 여당이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공식을 잘 보여준다. 바로 ‘최대한 세를 모아 일본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다음’을 고민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한일 관계가 파탄 나면 더 좋다. 친일 매국노냐 독립 투사냐 여론을 갈라 치기해 도덕적 우위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는 현 집권 세력에 가성비 좋은 국내 정치용 비즈니스가 됐다.

►팩트 체크
우선,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김홍걸 의원이 윤상수 총영사를 상대로 위안부 기림비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윤건영 의원은 ‘위안부 기림비’와 관련해 질의를 하지 않았으며, 정작 이날 국정감사에서 총영사를 향해 가장 적극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추궁한 사람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다. 태영호 의원은 “위안부 기림비 행사에 참석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 개인적인 판단인가 아니면 외교부에서 행사에 참여 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는냐? 한인사회에서 총영사가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냐?”며 따져 물었다.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모두 ‘위안부 문제’를 지적했지만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은 칼럼에서 빠졌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하듯 다음 날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했다’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공식’이라고 적었다. ‘현 집권 세력에 가성비 좋은 국내 정치용 비즈니스가 됐다’고까지 적었다. 마치 잘 짜여진 극본대로 움직였고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적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가 본 바로는 사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애초 국정감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국회의원들의 공식 일정에는 위안부 기림비 방문이 예정돼 있지 않았다. 일정을 조율했던 국회 사무처와 외교부 국회협력관을 통해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국회의원들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하루 앞두고 지역 한인들과 친분이 있던 김홍걸 의원 주선으로 국정감사 다음 날 아침 일부 의원들이 기림비를 방문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처음 나왔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도착한 날 저녁 호텔 로비에서 만난 국회의원들에게 기림비 방문 계획을 묻자 “힘들다”는 답변이 나왔다. 감사위원장인 이광재 외통위원장은 “김홍걸 의원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리콘밸리 한인 경제인들과의 간담회가 먼저 잡혀 있어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 호텔에서 5분 거리인데 방문을 하지 않는다면 북가주 지역 한인들이 서운해 하지 않겠냐고 재차 묻자 이광재 의원은 “그렇게 가까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의원님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감사 다음날 국회의원들은 경제인들과의 간담회가 열리기 30분 전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해 헌화했다. 간단한 인사말도 전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 한 명 만을 제외하고 5명이 기림비를 방문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참석했다.

►조선일보 칼럼 내용 ②
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한국 정치인들이 나설수록 위안부 문제의 국제적 공론화는 진전을 멈춘다. 지난 2007년 미 연방하원 의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과 한국계 미국인들의 피땀어린 노력, 마이크 혼다라는 뜻있는 일본계 의원 등의 후원으로 ‘위안부 결의안’이 처음 통과됐다.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올바른 역사 교육을 촉구하는 이 결의안에 따라 2010년 뉴저지주에 시의회 주도로 해외 첫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고, 뉴욕·LA에도 기림비가 들어섰다.

이걸 본 한국 정치권과 한인 단체들이 기림비 건립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4년쯤부터 해외 위안부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한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소문은 현지에서도 파다했다고 한다. 미 교민과 지자체가 기림비를 세우는 데 한화 100만~200만원이 들었다면, 윤 의원이 주도한 ‘평화의 소녀상’은 운송비까지 5000만원이 넘었다. 그의 공금 횡령 의혹이 제기되기 전의 일이다.

► 팩트 체크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서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며 세워진 시정부 주도의 기림비다. 결의안 통과 후 북가주 지역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기림비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했고, 불과 한 달도 안 돼 10만 달러가 넘게 모였다. 어린 학생들부터 노인회 어르신들까지 수 많은 한인들이 참여했다. 위안부 피해를 입었던 중국과 필리핀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입은 13개 커뮤니티에서도 30만 달러가 모금됐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으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세웠다. 윤미향 의원은 물론 정의기억연대가 관여하지도 않았고 개입할 수도 없었다. 칼럼에는 이런 설명은 없다.

또한, 미국에서 기림비 제작에 200만원(약 2000달러)이 들었다면, 윤미향 의원 주도의 ‘평화의 소녀상’은 5000만원(약 5만 달러)이 넘었다며 뜬금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내용 또한 당연하게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미국에 세워진 어떤 ‘기림비’가 2000달러로 제작됐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 내용이 사실인지도 의심이 된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의 경우 순수 조각상 제작에만 25만 달러 정도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류사회에서 기림비 건립 의미에 공감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설치에 소요되는 수 만 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더욱이 칼럼은 자칫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큰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는 내용이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는 데다, 칼럼 어디에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가 어떻게 세워졌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단 한줄의 설명도 없기 때문이다. 칼럼을 쓴 정시행 기자가 ‘평화의 소녀상’과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칼럼과 함께 실린 사진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아닌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가 찍혀 있었다. 설마 기자가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기림비’를 구분하지 못할까.

►조선일보 칼럼 내용 ③
초기 위안부 운동가들이 ‘미국 시민의 주도로,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는 명분을 갖췄을 땐 일본도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한일 간 외교 분쟁이 되고, 독점 단체의 윤리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일본은 반격에 나섰고 미국도 주춤했다. 바이든 정부는 외국이 미 여론과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행위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는다. 위안부 기림비는 공교롭게도 반일을 내세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래 각국에서 건립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간신히 지난해 세워진 베를린 소녀상은 존치가 불투명하다. 아이러니 아닌가.

► 팩트 체크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는 한국이 아닌 중국 커뮤니티 주도로 시작됐다. 결의안 통과를 앞두고 한인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필리핀, 네덜란드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이은 13개 커뮤니티가 함께 동참했다. 한일 간 외교 분쟁도 아니었고 독점 단체의 윤리 논란은 들어본 바 없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차대전 당시 자행 됐던 일본군 위안부 만행이 보편적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문제제기에 주민들의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 됐고 그 결과 시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수 있었다. 과연 이시기 일본은 명분을 갖춘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어쩌지 못했을까?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결의안 통과를 약 5개월 여 앞둔 상황, 위안부 결의안 논의가 한창이던 2015년 4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아베 전 총리는 페어몬트 호텔에서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연회를 개최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결의안 통과 저지에 나섰고, 오사카 시장은 샌프란시스코 시장에게 자매도시 결연을 파기하겠다며 기림비 건립을 중단하라고 협박을 일삼았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밀피타스시에서는 시장과 시의원들이 일본 정부의 압박과 일본 극우세력들의 협박 편지에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포기했으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에는 샌프란시스코 통합교육구 교육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에밀리 무라세가 나서 교묘하게 위안부 결의안을 무력화 시키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에밀리 무라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부인 아키에 아베를 수행한 샌프란시스코 일본 커뮤니티의 대표적 인물이다. 일본과 북가주 일본 커뮤니티가 나서 조직적으로 기림비 건립을 무력화 하는데 나선 것이다.

일본이 이렇듯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건립과 북가주 지역 소녀상 건립 등에 조직적인 반대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 총리의 등장이 있다. 일본은 1998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된 위안부 운동 초기 정부가 나서 조사를 펼쳤고 고노 담화를 발표하는 등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12년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가 등장하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아베는 일본내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과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부정하기 시작했고, 해외에서도 위안부 기림비 건립 방해 등 조직적인 역사 왜곡 활동을 적극 펼쳤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건립이 중단되다시피 한 것도, 베를린 소녀상 존치가 불투명한 것도 일본 정부가 그동안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조직적인 기림비 건립 반대 활동을 펼쳐온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새로 총리에 오른 기시다까지 아베 총리를 계승하며 극우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조선일보가 주장한 가성비 좋은 국내 정치용 비즈니스는 일본이 한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망친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가 게재한 이 칼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나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자발적 참여로 위안부 기림비를 세웠다는 북가주 한인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올바른 역사를 후세들에게 알리고 보편적 세계 인권을 위해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동참했던 한인들의 노력과 정성을 한낱 ‘정치 쇼’에 이용된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오히려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하지 않은 국회의원을 나무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데 조선일보는 반대로 기림비 앞에서 북가주 한인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국회의원들을 ‘국내 정치용 비즈니스’라고 비난했고, 기림비 건립에 뭔가 의혹이 있는 것 처럼 관련도 없는 내용을 끌어다 붙이기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북가주 한인들의 노력은 폄훼됐고 상처를 입었다.

일부 지역에서 소녀상을 세우며 일탈이 있었다면 그것을 지적하면 될 일이고 독점 단체의 윤리 논란이 불거졌다면 그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될 것을 조선일보는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본질은 외면한 채 엉뚱한 논리를 앞세워 북가주 지역 한인들의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조선일보가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망쳐버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도에 건립됐다. 조선일보가 반일 정부라고 주장한 현 정부의 외교부 직원인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위안부 기림비를 공식 방문한 적이 없다. 올해 국정감사가 끝나고 국회의원들과 함께 기림비를 딱 한 차례 방문한 윤상수 총영사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이러니 아닌가.



베이뉴스랩 편집인 최정현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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