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러스 ‘K팝’ 테마 경기 성공 이끈 한인 직원…‘카우치나초’ 최석규

‘K팝 데몬 번터스’ 선곡부터 이벤트 아이디어까지 직접 참여
유튜브 활동 계기로 볼러스 합류…행정·티켓·영상 등 ‘멀티 역할’
“한국식 응원문화도 도입하고 싶어”…한인 팬과 접점 확대 나서

오클랜드 볼러스 한인 직원이자 '카우치나초'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최석규 씨.
지난 8월 23일 오클랜드 라이몬디 파크에서 열린 오클랜드 볼러스의 ‘K팝 데몬 번터스’ 특별 테마 경기는 K팝 음악과 퀴즈, 댄스 공연 등 한국 대중문화를 야구와 결합한 이색적인 행사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볼러스의 공식 일정에도 이날 모데스토 로드스터스전은 ‘K팝 데몬 번터스(K-pop Demon Bunters’ 경기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흘러나온 K팝과 한국 야구장의 응원문화를 연상시키는 여러 아이디어 뒤에는 한 명의 한인 직원이 있었다. 야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카우치나초’로 활동하고 있는 최석규 씨다.

볼러스에서 일한 지 약 4개월 됐다는 최 씨는 이번 K팝 테마 경기 준비 과정에서 단순히 한국인 직원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을 넘어 선곡과 이벤트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며 행사의 색깔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최 씨는 “오늘 등장곡으로 한국 K팝 노래들이 나오는데 그것도 제가 골랐다”며 “한국 야구장에서 실제로 나오는 등장곡들을 중심으로 선정해 봤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 흘러나오는 음악부터 한국 야구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벤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말했다.

‘K팝 데몬 번터스’가 단순히 미국 야구장에서 K팝 음악 몇 곡을 틀어주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 야구문화의 일부까지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된 배경에는 최 씨의 이런 역할이 있었다.

최 씨가 오클랜드 볼러스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시작은 야구를 좋아해 만든 개인 유튜브 채널 ‘카우치나초’였다. 그는 “카우치나초 유튜브를 하다가 어떻게 구단 사장님에게까지 닿게 됐다”며 “한국 팬들을 더 많이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저를 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단에 직접 지원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만들어 온 야구 콘텐츠가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된 셈이다. 유튜브에서 야구장을 찾아다니며 영상을 만들던 크리에이터가 실제 프로야구 구단의 직원이 된 것이다.

최 씨의 업무는 소셜미디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독립구단 특성상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는다. “지금은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 업무를 주로 많이 하고 있고요. 티켓을 팔기도 하고 영상도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경기 때는 티켓 스캐닝도 돕고 주차도 돕고,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업무가 세밀하게 분업화된 조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최 씨는 오히려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작은 만큼 좀 더 끈끈한 것 같습니다.”

특히 최 씨가 꼽은 볼러스의 가장 큰 매력은 팬들이다. 그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나 레이더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 프로팀들이 오클랜드를 떠난 것을 계기로 생긴 팀이다 보니 팬들도 굉장히 열정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며 “저도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최석규 씨. 볼러스를 응원하는 한인팬들도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실제로 볼러스는 오클랜드에서 주요 프로 스포츠 구단들이 잇따라 떠나는 상황에서 지역에 다시 야구를 뿌리내리겠다는 취지로 출범해 2024년부터 파이오니어리그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파이오니어리그는 메이저리그 산하 마이너리그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파트너 리그’다. 볼러스는 창단 두 번째 시즌인 2025년 파이오니어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최 씨는 볼러스에 대해 “오클랜드의 스포츠팀들이 떠난 이후 생긴 팀”이라며 “마이너리그 팀은 아니지만 독립리그 구단이고, 굉장히 끈끈하면서 오클랜드의 문화를 많이 볼 수 있는 야구팀”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경험한 볼러스의 또 다른 특징은 경기마다 야구 외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한다는 점이다. 볼러스는 K팝뿐 아니라 라틴 문화, 교사 감사 행사, 오클랜드 예술, 하와이·앨러미다의 섬 문화, 자동차 등 다양한 주제를 야구와 결합한 테마 경기를 마련하고 있다. 실제 8월 일정에도 ‘디아 데 로스 볼러스’, ‘오클랜드 스쿨 포 디 아츠 나이트’, ‘아일랜드 나이트’, ‘카 쇼’ 등이 잇따라 배치돼 있다.

최 씨는 “팬들에게 친화적인 구장과 구단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며 “경기마다 여러 이벤트와 테마를 만들고 기브어웨이도 나눠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양한 문화 속에 한국 문화를 하나의 지속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최 씨가 맡을 수 있는 또 다른 역할이다.

그는 한인 팬들을 더 많이 라이몬디 파크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인 교회와 커뮤니티에도 직접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러스에도 한국인 팬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한국 커뮤니티에서 많이 오실 수 있도록 한국 교회나 커뮤니티에도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구단 차원에서도 한국 야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최 씨는 전했다. 그는 “구단주와 사장님도 한국 야구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한국식 응원을 어떻게 도입해 볼까 하는 계획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래퍼를 비롯한 응원도구와 집단 응원문화 등을 오클랜드 야구장에 접목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시도가 현실화된다면 ‘K팝 데몬 번터스’는 일회성 테마 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볼러스와 베이 지역 한인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최 씨의 야구 이야기는 구단 업무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를 볼러스까지 이끈 출발점인 ‘카우치나초’ 활동도 계속된다. “저는 ‘카우치나초’라는 채널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주로 야구 여행을 다니는 콘텐츠를 하고 있고요. 미국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일본 등을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우치나초 채널에는 메이저리그 구장 방문기부터 일본과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의 야구문화와 선수들을 직접 찾아가는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채널 소개 역시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MLB 야구장 브이로그와 세계 야구 여행을 다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야구를 풀어낸다. 최 씨는 “인스타에서는 주로 야구문화에 대해 설명한다”며 “야구에 관한 재미있는 팩트나 사실,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야구 등 스포츠 관련 학과를 전공하거나 미디어 분야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다. 시작은 단순했다. “야구를 단지 좋아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좋아서 시작한 일이 세계 각지 야구장을 찾아다니는 콘텐츠가 됐고, 그 콘텐츠가 다시 오클랜드의 프로야구 구단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이제는 자신이 좋아해 온 한국 야구문화와 K팝을 미국 야구팬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위치까지 오게 됐다.

‘카우치나초’라는 이름도 이런 정체성을 담고 있다. ‘소파’를 뜻하는 카우치와 야구장에서 즐겨 먹는 대표적인 음식인 나초를 합친 이름이다. “야구장을 방처럼 즐긴다”는 채널의 콘셉트 아래 메이저리그 직관과 세계 야구 여행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2026시즌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최 씨는 앞으로 볼러스에서 더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동시에 자신의 콘텐츠 활동도 계속 넓혀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베이 지역 한인들이 오클랜드의 새로운 야구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와는 규모도, 운영 방식도 다르지만 관중과 선수, 구단 직원이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볼러스만의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8월 23일 라이몬디 파크에 울려 퍼진 K팝은 그런 시도의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야구가 좋아 카메라를 들고 세계의 야구장을 찾아다니다 이제는 직접 야구단 안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한인 직원 최석규 씨가 있었다.

카우치나초 유튜브 채널: YouTube @couchnacho
인스타그램: @couchnacho_baseball Instagram @couchnacho_baseball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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