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 2027년 개헌 본격화 제안…“현직 대통령 연임 논의 대상 아니다”

선거 없는 해 개헌특위 구성·국민 공론화 추진
현직 대통령 연임 논란엔 “논의 대상 아니다”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논의를 본격화 해야 단다고 제안한 조정식 국회의장. 사진=조정식 국회의장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2027년을 개헌의 적기로 규정하고,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과 국민 참여형 공론화를 통해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기자간담회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국민의 선택”이라고 언급하면서 정치권의 거센 논란이 일었고, 조 의장은 같은 날 밤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 의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협의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에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먼저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개헌의 구체적인 일정과 주요 의제를 정리하고, 이후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개헌안을 논의하겠다는 단계적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조 의장이 2027년을 개헌 추진의 적기로 꼽은 것은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같은 전국 단위 선거가 예정돼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대규모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개헌 논의가 정당과 후보의 유불리 문제로 흐를 가능성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 2027년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헌안의 뼈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조 의장은 앞서 제78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도 2027년까지 국민주권 개헌안을 마련하고 제22대 국회 임기 안에 제10차 개헌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여야 사이에서 비교적 공감대가 형성된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 제한 등을 우선 논의해 개헌의 물꼬를 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헌 논의에는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한 국가의 책임, 선거관리제도 개선 등 사회 변화에 맞는 다양한 의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조 의장은 개헌 논의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의견 수렴과 토론이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문가와 정치권 중심으로 진행됐던 과거의 개헌 논의에서 벗어나 국민이 개헌 의제를 제안하고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둘러싼 발언이 논란이 됐다. 조 의장은 야권에서 제기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연장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를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권력구조 개편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결국 국민 여론과 정치권 합의,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 의장은 대통령 연임 문제도 향후 국회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나 국회 개헌특위에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야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조 의장의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지만 조 의장의 발언을 통해 여권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포함된 개헌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조 의장의 발언이 야당의 불신을 키우고 개헌특위 구성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 합의를 이끌어야 할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회의장실은 조 의장의 발언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회의장실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헌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헌법 제128조 제2항을 조 의장이 충분히 알고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합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절차를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장도 같은 날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직접 밝혔다. 그는 헌법 제128조 제2항의 내용은 존중돼야 하며, 향후 진행될 개헌 논의에서도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자간담회 답변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현행 헌법 제70조는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하고 중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개헌안 제안 당시 재임 중인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헌법 조항이 유지되는 한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중 개헌을 통해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거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나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할 수 있다. 이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실시되는 국민투표에서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확정된다. 개헌을 위해서는 여야의 폭넓은 합의와 국민적 지지가 모두 필요한 구조다.

조 의장이 추진하는 개헌 논의가 실제 성과를 내려면 먼저 여야가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연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개헌 논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어 특위 출범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 의장은 앞으로 여야가 합의할 수 있고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의제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과 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기보다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권 통제 강화 등 공감대가 높은 의제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결국 2027년 개헌 추진의 성패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나 연임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의혹을 해소하고, 개헌의 목적을 국가 운영체계 개선과 국민 기본권 확대에 맞출 수 있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조 의장이 연임 발언 논란을 수습하고 야당의 참여를 끌어내 국회 개헌특위를 출범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개헌 논의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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