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연방법원 “정치적 발언 이유로 유학생 추방 안 된다”

스탠퍼드 학생신문 제기한 소송서 원고 승소
“표현의 자유, 비시민권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지난 8월 27일 팔로 알토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여인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ProBonoPhoto.org/Sonny Mencher.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친팔레스타인 시위 참여나 이스라엘 비판 등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추방 절차를 밟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연방법원 판결이 나왔다.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의 노엘 와이즈 판사는 28일 스탠퍼드대 학생신문 ‘스탠퍼드 데일리’와 유학생이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와이즈 판사는 90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비자를 취소하거나 추방하는 데 사용된 이민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적법절차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5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이민법 조항은 국무장관이 특정 비시민권자의 체류가 미국의 ‘중대한 외교정책상 이익’을 해친다고 직접 판단할 경우 추방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조항은 국무장관이나 영사가 언제든 재량으로 비자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와이즈 판사는 정부가 정치적 발언의 내용이나 관점에 따라 비자 취소와 추방 여부를 결정했다면 이는 표현에 대한 차별적 제재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제한이 허용되려면 정부가 중대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중대한 외교정책상 이익을 훼손한다’는 법 조항의 표현도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봤다. 유학생들이 어떤 발언을 해야 국무장관의 판단에 따라 추방 대상이 되는지 미리 알 수 없어 스스로 발언을 억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와이즈 판사는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민에게 속하며 정부가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와 지도자를 비판할 자유는 민주주의가 취약하다는 징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 모두 정부의 보복을 두려워해 스스로 발언을 검열해야 한다면 미국 민주주의의 힘은 약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스탠퍼드 데일리와 익명으로 신분을 공개한 학생비자 소지자가 2025년 8월 제기했다. 신문사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친팔레스타인 활동을 벌인 유학생들을 체포하고 추방하려 하면서 외국인 학생 기자들이 중동 관련 취재를 거부하거나 이미 작성한 기사의 삭제를 요청하는 등 언론 활동이 위축됐다고 주장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일부 유학생 기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취재를 포기하거나 신문사를 떠났으며, 외국인 학생들도 기자들과의 인터뷰나 실명 인용을 꺼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이러한 변화가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정부의 실제 단속과 공개적인 추방 경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3월부터 컬럼비아대 졸업생 마무드 칼릴을 시작으로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벌인 외국인 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이민당국에 구금했다. 터프츠대 유학생 뤼메이사 외즈튀르크도 대학신문에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공동 기고문을 게재한 뒤 체포돼 논란이 됐다.

와이즈 판사는 정부가 처음에는 친팔레스타인 발언을 겨냥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싫어하는 다른 정치적 견해를 밝힌 사람까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정 발언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발언을 허용하는 자유를 지키는 것이 헌법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법원은 다만 이민법 조항 전체를 무효화하거나 전국적인 영구 금지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번 판단은 헌법이 보호하는 발언을 근거로 해당 조항을 적용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범죄나 체류 신분 위반 등 정치적 발언과 무관한 사유에 따른 비자 취소와 추방까지 금지하는 판결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지방법원 결정이어서 다른 법원을 직접 구속하지는 않지만,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한 비자 취소와 추방에 사용된 이민법 조항의 위헌성을 정면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유사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판결 직후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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