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사랑 내기 속 지배층의 특권과 위선 조명
세 인물의 엇갈린 욕망, 여성에게 부과된 제약과 충돌
손예진·지창욱·나나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 대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고전의 성공적인 재해석과 계급 비판에 주목하는 분석을 내놨다. 사랑과 유혹을 둘러싼 이야기에 조선사회의 엄격한 질서와 특권층의 문제를 담아냈다는 평가다.
타임은 18일 게재한 작품 분석 기사에서 프랑스 고전을 조선의 유교 사회로 옮긴 각색과 정지우 감독의 연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타인의 삶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지배층을 비판하는 시각이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고 분석했다.
‘스캔들’은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재구성한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손예진이 조씨부인, 지창욱이 조원, 나나가 희연을 맡아 비밀스러운 사랑 내기에 얽히는 세 인물을 연기한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조씨부인이 제안하는 유혹의 내기다. 재능과 매력을 갖춘 그는 여성에게 부과된 시대적 제약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 한다. 자신을 흠모하는 조원을 움직여 관계를 설계하고, 타인의 마음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인물이다.
조원은 출세와 명예보다 쾌락을 추구하며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조씨부인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욕망만큼은 버리지 못한다. 내기에서 이기려는 승부욕과 상대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뒤섞이면서,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자신 역시 감정에 휘둘리는 위치에 놓인다.
희연은 두 사람의 계획을 모른 채 그 관계 안으로 들어온다. 남편을 잃은 뒤 정절을 지키기로 다짐한 그는 조원을 향한 끌림과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한다. 조씨부인과 조원에게 내기의 대상이었던 감정은 희연에게 자신의 삶과 선택을 뒤흔드는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인물 구도는 타임이 주목한 계급 비판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조씨부인은 내기를 설계하고 조원은 실행하지만, 희연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관계의 규칙을 정하는 사람과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 사이에 정보와 선택권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제약도 주요한 감상 지점이다. 조씨부인과 희연은 같은 사회적 규범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욕망을 마주한다. 조씨부인은 자신에게 허용된 영향력을 이용해 뜻을 관철하려 하고, 희연은 지켜야 한다고 배운 가치와 새롭게 느끼는 감정 사이에서 흔들린다. 이들의 갈등은 사랑의 선택이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묻게 한다.
타임의 평가를 통해 읽는 ‘스캔들’의 핵심은 욕망을 품는 행위와 타인의 삶을 좌우하려는 행위 사이의 거리다.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그들이 행사하는 권력과 선택의 책임을 함께 살펴볼 때, 위험한 사랑 내기에 담긴 사회적 의미가 선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