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사 18명 중 16명, 올해 추가 인상 필요 전망
워시 의장, 견조한 고용 속 물가 안정에 정책 무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물가 억제를 위한 통화정책 대응에 다시 나섰다. 고용과 소비, 기업 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웃돌자 차입 비용을 높여 수요를 조절하기로 한 것이다. 연준 내부에서는 연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우세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9월 15~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연 3.50~3.75%에서 3.75~4.00%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전원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보다 신속하게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체제에서 이뤄진 첫 기준금리 변경이기도 하다.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흐름과 달리 연준이 인상을 선택하면서, 향후 통화정책의 중심이 물가 안정에 놓여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상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연준은 지정학적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지만 국내 지출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산성과 자본 투자도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증가가 노동력 증가에 보조를 맞추고 실업률도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고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의 시급성보다 물가 상승세를 억제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워시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신규 채용과 민간 부문 소득, 기업 설비투자 지표가 개선됐으며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공급도 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제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위원회 안에서 폭넓게 공유됐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일부 줄였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물가 상승률이 5년 넘게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름철 물가 지표에서도 기조적인 개선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워시 의장은 당시까지 발표된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자료를 토대로 8월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약 3.6%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확정 발표된 수치가 아닌 연준의 추정치다.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도 복합적이다. 로이터는 수입 관세와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 인공지능 산업의 대규모 자본 지출 등이 가격 상승 압력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준 성명에서는 높은 물가를 에너지 등 특정 부문의 공급 충격과 연결했던 기존 설명이 빠졌다. 이는 연준이 물가 문제를 일부 품목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기보다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압력으로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에서도 물가에 대한 우려가 드러났다. 연준 인사들의 올해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 전망 중간값은 3.7%로, 지난 6월의 3.6%보다 높아졌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 전망도 3.3%에서 3.4%로 상향됐다. 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2.2%에서 2.3%로 높아졌고, 4분기 실업률 전망은 4.3%에서 4.1%로 낮아졌다. 경제와 고용은 예상보다 강하지만 물가 안정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는 전망 제출자 18명 중 16명이 올해 말 금리가 이번 인상 이후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12명은 연말 목표 범위를 4.00~4.25%로, 4명은 4.25~4.50%로 예상했다. 현재 수준 유지를 예상한 인사는 2명이었다. 연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4.1%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 한 차례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내년 말 금리 전망 중간값도 4.1%로 제시됐다. 다만 점도표는 각 인사의 경제 전망과 적절한 정책에 대한 판단을 모은 것으로, 위원회가 확정한 인상 일정은 아니다. 실제 결정은 앞으로 나올 물가와 고용, 소비 지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금융 부담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 인상은 자동차 구입이나 사업 확장을 위한 차입, 신용카드 잔액에 붙는 이자 등의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미 생활비 부담이 큰 가계에는 물가 상승과 금융 비용 증가가 동시에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 역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투자와 채용 계획을 더 신중하게 검토하게 된다.
연준의 과제는 견조한 경제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상승세를 충분히 낮추는 것이다. 워시 의장은 노동시장 상황이 양호한 만큼 현재 정책의 주된 초점을 물가 안정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상이 한 차례 조정에 그칠지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물가 지표에서 실질적인 둔화가 확인되는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