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하버드 등 9개 대학 비자 남용 조사 확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를 비롯한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 8곳의 취업이민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노동인증 절차를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인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외국인 전문인력을 채용하거나 취업이민 제도를 악용했다는 의혹이 이유다. 이번 조치로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의 영주권 취득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키스 손더링 노동장관은 8일 워싱턴에서 취업이민 영주권 신청의 핵심 단계인 영구 노동인증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8개 기업의 신규 노동인증 신청을 받지 않고, 이미 접수된 신청에 대해서도 심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외에 코그니전트, 인포시스, 타타, 위프로, HCL테크놀로지스, 캡제미니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 서비스 기업들이 포함됐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뿐 아니라 인도와 프랑스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까지 제재 범위가 확대되면서 미국 기술산업의 외국인 고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인 근로자들을 해고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규모로 채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미국인 근로자 6,000명을 해고하는 동안 H-1B 전문직 취업비자 6,300건과 영주권 약 3,000건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수치는 정부 측이 제시한 것으로, 해고된 근로자와 외국인 채용자가 실제로 동일한 직무를 대체했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성장하고 기술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 성장의 혜택이 미국인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 직원들을 해고한 뒤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는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더링 노동장관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해당 기업들의 신규 영구 노동인증 신청을 접수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 심사 중인 신청도 처리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미 영주권 신청을 준비하거나 노동인증 절차를 진행 중인 외국인 전문직 근로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조치는 미국 취업이민 제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구 노동인증 절차를 대상으로 한다. 노동부가 운영하는 이 제도는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영주권 취득 대상으로 후원하기 전에 해당 직무를 수행할 자격과 의사가 있는 미국인 근로자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정부가 정한 적정임금을 확인하고 채용광고 등 모집 절차를 거친 뒤, 해당 직무에 적합한 미국인 근로자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노동부의 인증이 승인되면 고용주는 이를 토대로 이민국에 취업이민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인증이 중단되면 해당 절차가 필요한 취업이민 신청자는 영주권 취득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 특히 고용주가 후원하는 취업이민 2순위와 3순위 신청자들은 노동인증이 핵심 절차인 경우가 많아 이번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노동인증이 필요 없는 일부 취업이민 유형까지 이번 발표로 일괄 중단된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가 H-1B 비자 자체의 발급이나 갱신을 전면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H-1B는 외국인 전문직 근로자가 미국에서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비이민 비자인 반면, 영구 노동인증은 취업이민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따라서 이미 적법한 H-1B 신분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이번 발표만으로 곧바로 근로 자격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회사의 후원을 받아 영주권을 신청하려던 직원들은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특히 노동인증을 기다리는 동안 H-1B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은 비자 만료일과 연장 자격, 현재 진행 중인 영주권 절차의 단계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미 승인된 노동인증이나 이민국에 접수된 청원서에까지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향후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의 종료 시점이나 기업들이 제재 해제를 위해 충족해야 할 구체적인 조건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최초 보도 시점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조치의 파장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국 기술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취업비자와 영주권 후원 제도를 활용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은 베이지역을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기술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제재 대상 기업에 근무하는 한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엔지니어, 연구원 등도 향후 영주권 신청 일정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발표가 모든 기술기업이나 모든 한인 취업이민 신청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의 취업이민 문제뿐 아니라 미국 주요 대학의 외국인 학생 및 연구인력 고용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하버드와 예일, 스탠퍼드 등을 포함한 9개 대학이 외국인 학생이나 연구인력을 활용해 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거나 비자 제도를 남용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앤서니 데스포지토 노동부 감찰관은 관련 대학들에 소환장이 발부됐다고 설명하면서 외국의 영향력, 부적절한 재정 관계, 비자 남용 등이 연방정부 지원 연구사업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대상 대학의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교가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베이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스탠퍼드는 세계 각국의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이 활동하는 대표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외국인 연구인력과 관련한 정부의 심사 강화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기업들의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인 우선 고용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행정부는 그동안 H-1B 취업비자를 비롯한 외국인 고용제도가 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 기회를 제한하고 임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기술산업에서는 고급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이민제도가 미국의 기술경쟁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영주권 후원이 제한되면 기업의 인재 확보와 장기 연구개발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특정 기업의 신규 영주권 신청뿐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노동인증 심사까지 중단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 이민정책 강화 조치보다 파급력이 클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제기한 노동인증 제도 남용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통한 미국인 대체 고용 의혹은 조사와 법적 판단을 통해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만으로 제재 대상 기업 전체가 이민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향후 이번 조치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해당 기업들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하는지, 기존 노동인증 신청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 방안이 마련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취업이민 신청자들이 확인해야 할 사항
이번 발표와 관련해 제재 대상 기업의 외국인 직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자신의 영주권 신청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다.
노동인증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직원은 회사가 신규 신청을 진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미 노동인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에는 정부의 심사 중단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노동인증 승인을 받은 뒤 취업이민 청원서가 이민국에 접수된 경우에는 노동부의 이번 조치가 해당 청원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노동부의 노동인증 심사와 이민국의 취업이민 청원서 심사는 서로 다른 절차이기 때문이다.
H-1B 비자로 근무 중인 직원은 현재 체류기간과 비자 연장 가능 여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노동인증 절차의 지연이 장기화되면 향후 체류 신분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개인의 비자 및 영주권 신청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발표는 미국의 모든 취업이민 영주권 신청을 중단하는 조치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 기업들을 직접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미 진행 중인 노동인증 심사까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외국인 전문인력의 미국 정착과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인재 확보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