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브린 워커’ 공동 창업…경찰, 정확한 사건 경위 수사
오클랜드 힐스의 자택 앞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부부가 베이 지역을 기반으로 유명 여성 의류 브랜드를 일군 한인 디자이너 미셸 민(63)과 남편 브라이언 워커(61)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민씨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뒤 패션업계에서 성공한 한인 이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오클랜드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일 오전 10시43분께 UC버클리 캠퍼스 동쪽, 버클리와 오클랜드 경계에 있는 파노라믹 웨이의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택 밖에서 총상을 입은 여성과 남성을 발견했으며 응급처치를 실시했지만 두 사람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총기 한 정도 발견했다.
숨진 여성은 한인 미셸 민으로 확인됐다. 가족에 따르면 민씨는 부모와 형제들과 함께 1977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해 캔자스시티 인근에 정착했다. 당시 가족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새로운 이민 생활을 시작했으며 부모는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씨의 남동생 폴 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누나가 사실상 자신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부모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누나 미셸이 어린 동생의 식사를 챙기고 학교와 병원에도 함께 다녔다는 것이다. 이민 1세대 가족이 겪었던 어려움 속에서 민씨가 가족을 돌보는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셈이다.
미셸 민은 이후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1980년대 캔자스시티에서 브라이언 워커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이후 캘리포니아로 옮겨 버클리에 정착했고, 작은 의류 매장을 운영하며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다른 업체에서 만든 제품도 판매했지만 미셸 민이 직접 의류와 액세서리를 디자인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동생 폴 민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매장의 제품 대부분이 민씨의 디자인으로 채워졌고, 이를 기반으로 부부의 패션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만든 여성 의류 브랜드 ‘브린 워커’는 1992년부터 버클리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편안하면서도 세련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내세웠으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상당수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해 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자체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전국 약 1,000개 부티크에 제품을 공급할 정도로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미셸 민은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브린 워커의 디자인을 만들어 온 핵심 인물이었다. 현지 보도는 민씨를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남편 워커를 최고경영자로 소개하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일군 브린 워커는 수십 년 동안 버클리를 대표하는 독립 패션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부부는 지역사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브린 워커는 베이 지역 비영리단체와 함께 의료기관 등에 전달할 천 마스크 5만 개와 안면 보호구 5,000개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지자 이웃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사건 이후 주민들은 부부의 자택 인근에 꽃과 카드 등을 놓으며 추모했고, 지난 4일에는 이웃들이 함께 모여 두 사람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한 주민은 오랜 기간 이 지역에 거주했지만 이 같은 폭력 사건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충격을 나타냈다.
사건의 정확한 경위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오클랜드 경찰은 현장에서 총기를 발견했으며 외부로 달아난 용의자를 찾고 있지 않고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위협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살인 후 자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누가 총을 발사했는지 등을 공식적으로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민씨의 남동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남편 워커가 재정적 어려움 등을 겪으며 심각한 정서적 불안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가족의 설명에 따른 것이며 경찰은 사건 동기와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가정의 딸에서 출발해 자신의 디자인으로 베이 지역에서 전국적인 패션 브랜드를 일군 미셸 민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한인사회와 지역 패션계에도 큰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나 정보를 확보하는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