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단 민 리아오 창작곡 세계 초연…세대 잇는 통일 메시지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돌아보고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가 북가주에서 펼쳐졌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협의회(회장 오미자)는 지난 9월 26일 산타클라라대학교 공연예술센터 리사이틀홀에서 ‘2026 평화통일음악회–우리의 소원, 우리의 소리’를 개최했다. 약 10년 만에 다시 마련된 이날 음악회에는 250여 명이 참석해 클래식과 국악, 성악, 가야금, 플루트, 창작음악, 뮤지컬과 케이팝을 넘나드는 무대를 함께했다.
이번 음악회는 통일을 정치적 담론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세대와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나누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공연 역시 단순한 연주회의 형식을 넘어 ‘분단의 아픔–평화의 가치–미래세대의 꿈–통일의 희망’이라는 네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영상과 음악을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냈다.
오미자 회장은 “음악에는 나이와 세대, 언어의 경계가 없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음과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듯 평화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오 회장은 미래세대가 직접 공연에 참여한 점을 강조하며 “오늘 느낀 평화의 마음이 주니어 세대를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의 문은 웨인 디에고 반 리우의 호른과 정혜란의 피아노가 함께한 ‘아리랑 투 타임스’가 열었다. 친숙한 아리랑 선율을 호른과 피아노의 깊은 음색으로 풀어내며 공연 전체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제시했다.
이어 전쟁과 피란, 이산가족, 비무장지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면서 첫 번째 주제인 ‘분단의 아픔–기억’으로 이어졌다. 천주애 피아니스트와 차동수 바이올리니스트, 이보배 첼리스트로 구성된 루미에르 트리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삼중주 엘레지 1번’을 연주해 분단과 상실이 남긴 무게를 섬세한 앙상블로 표현했다.
박창현의 피리와 박영자의 장구로 이어진 ‘한오백년’과 ‘홀로 아리랑’은 공연의 정서를 한국 전통음악으로 확장했다. 피리 특유의 애절한 음색과 장구의 장단이 어우러지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한민족이 겪어온 이별의 정서를 무대에 담아냈다.
두 번째 주제인 ‘평화의 가치–치유’에서는 소프라노 변유경이 정혜란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그리운 금강산’과 ‘아름다운 나라’를 노래했다. 분단으로 갈 수 없게 된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조국에 대한 사랑이 성악의 힘을 통해 객석에 전달됐다.
김희원은 가야금으로 ‘대보름놀이’와 ‘포레스트 맘’을 들려줬다. 전통 악기인 가야금의 음색에 현대적인 표현을 더한 연주는 이번 공연이 추구한 ‘전통과 현재의 만남’을 보여주는 무대 가운데 하나였다.
세 번째 ‘미래세대의 꿈’에서는 젊은 연주자들이 무대의 중심에 섰다. 플루티스트 이솔민과 피아니스트 김하경은 포레의 ‘판타지 작품 79’와 영화 ‘미션’의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하며 미래세대가 그려갈 희망과 가능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젊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단 민 리아오가 이번 음악회를 위해 작곡한 ‘평화를 주제로 한 변주곡’의 세계 초연이었다.
에단 리아오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웨인 리우가 호른, 한팅 리우가 클라리넷으로 참여한 작품은 전쟁의 절망과 상실에서 출발해 평화의 기쁨과 희망으로 나아가는 감정을 변주 형식으로 담아냈다. 한 곡 안에서 전쟁과 평화라는 대비되는 감정을 풀어내며 이번 음악회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집약한 무대가 됐다.
연주가 끝난 뒤 임정택 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음악을 매개로 평화와 통일을 생각해보는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이번 공연을 위해 창작곡을 만든 에단 리아오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마지막 주제인 ‘통일의 희망’에서는 비무장지대가 더 이상 분단과 대치의 공간이 아니라 평화와 생명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내용의 영상이 소개됐다.
이어 맥켄지 페이지 프라이슬러가 뮤지컬 ‘위대한 쇼맨’의 ‘어 밀리언 드림스’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을 불렀다. 앞선 무대가 분단의 기억과 치유에 무게를 뒀다면 이 무대는 미래와 꿈, 희망을 보다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로 표현했다.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협의회 산하 주니어 평통 단원들도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를 함께 공연했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목소리로 메시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공연의 대미는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부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장식했다. 객석을 채운 250여 명의 관객이 연주자들과 함께 노래하며 공연을 통해 이어온 ‘기억–치유–꿈–희망’의 메시지를 하나의 합창으로 완성했다.
이번 공연은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협의회 문화예술분과가 주관했으며 나미화 문화예술분과위원장이 전체 프로그램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음악과 영상, 각 무대의 메시지가 독립된 순서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것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었다.
공연장을 찾은 한 관객은 “베이지역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품격 있는 공연이었다”며 “연주자들의 수준 높은 무대는 물론 평화와 통일이라는 주제를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 구성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공연 후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협의회는 관객들에게 ‘통일 커피’와 쿠키를 나눠주며 이날 음악회가 전한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평화통일음악회는 클래식과 국악, 전통과 현대,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서로 다른 악기와 목소리가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낸 것처럼 평화와 통일 역시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함께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달한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