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주재원 등 대상…동반가족 체류에도 영향
현재는 폐지 확정 전…최대 60일 유예 규정 유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취업비자 소지자에게 부여하는 최대 60일의 체류 유예기간을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실직 후 미국에 머물며 새 고용주를 찾거나 체류 신분 변경, 출국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마련된 보호 장치를 없애려는 것이다.
연방 관보 사전공개 목록에는 9월 10일 오전 국토안보부의 ‘재량적 60일 유예기간 폐지’ 규정안이 등록됐다. 정식 관보 게재 예정일은 9월 11일이며, 문서는 ‘제안 규정’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이번 공개 자체로 현행 유예기간이 폐지되거나 즉시 새로운 출국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규정안은 앞서 백악관 예산관리국 산하 정보규제실의 심사를 거쳤다. 정부 규제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서비스국이 제출한 규정안은 8월 6일 접수됐고, 8월 27일 수정 사항을 반영하는 형태로 심사가 종료됐다. 규정 식별번호는 ‘1615-AD22’다. 이 기록 역시 심사 대상을 최종 규정이 아닌 제안 규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로이터는 9월 10일 이번 규정안에 대해 약 두 달간의 공개 의견 수렴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국토안보부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제도 변경으로 기업에 일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기업들이 동등한 자격을 갖춘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인력 수요에 따라 비이민 근로자 청원서인 I-129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정책 논리로, 미국인 고용 증가가 실제로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행 60일 유예기간은 2016년 11월 발표된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 관련 규정에 포함돼 2017년 1월 17일부터 시행됐다. 당시 국토안보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이동성과 체류 안정성을 높이고, 미국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제도 개선의 목적으로 제시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일정한 취업 관련 비이민 신분으로 체류하던 사람이 고용 종료만을 이유로 곧바로 신분 유지 요건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적용 대상은 E-1, E-2, E-3, H-1B, H-1B1, L-1, O-1, TN 신분의 근로자와 동반가족이다.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외에도 주재원과 특기자 등 여러 취업 관련 체류 범주가 포함된다.
다만 ‘60일’은 모든 대상자에게 일률적으로 보장되는 기간이 아니다. 현행 제도는 최대 60일 또는 입출국 기록인 I-94에 기재된 체류 만료일까지 중 더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한다. 체류 허가가 60일보다 먼저 만료된다면 유예기간을 근거로 그 만료일을 넘겨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유예기간은 승인된 유효기간마다 한 차례 적용될 수 있으며, 국토안보부는 개별 사정에 따라 이를 단축하거나 부여하지 않을 재량을 갖는다. 적용되는 고용 종료에는 해고뿐 아니라 자발적인 퇴사도 포함된다.
유예기간이 곧 취업 허가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규정은 별도의 취업 권한이 없는 한 이 기간에 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실직 후 체류 신분을 정리할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와, 새 직장에서 실제로 근무할 수 있는 권한은 구분된다.
폐지가 최종 확정될 경우 가장 직접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은 고용 종료 후의 신분 보호다. 이민 전문 로펌 프래고먼은 8월 28일 분석에서 유예기간이 없어지면 체류 허가기간이 끝나기 전에 고용이 종료된 외국인과 동반가족이 기존 신분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며, 원칙적으로 즉시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래고먼은 이민서비스국이 별도의 재량권을 행사해 신분 유지의 공백을 용인하고 미국 내 신분 변경이나 고용주 변경을 허용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현재의 최대 60일 보호와는 다른 개별 심사의 문제다.
고용주가 실직한 외국인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과정에도 영향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등교육 전문매체 하이어에듀케이션 다이브는 8월 17일 이민 변호사 맥신 베일리를 인용해, H-1B 청원에 필요한 노동조건신청 절차에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어 유예기간 폐지가 실직자의 재취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규정안 확정 이전에 제기된 채용 실무상의 우려다.
가족의 체류 문제도 함께 걸려 있다. 현재 유예 규정은 근로자 본인뿐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신분에 따라 체류하는 동반가족을 포함한다. 따라서 폐지가 시행되면 근로자 개인의 재취업 준비뿐 아니라 가족의 신분 변경이나 출국 준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9월 10일 현재 확인되는 절차는 폐지 규정안의 사전공개 단계다. 최종 시행까지는 의견 수렴과 정부의 검토, 최종 규정 확정 절차가 남아 있다. 제안 규정 공개와 실제 시행은 구분해야 하며, 기존 60일 유예 규정은 폐지 규정이 효력을 갖기 전까지 유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