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H-1B 배우자 취업허가 폐지 다시 추진

DHS 규제계획에 H-4 취업허가 폐지안 공식 등재
제안 규칙 발표 시점 미정…현재 신청·취업 가능
실리콘밸리 고숙련 이민자 가정에 큰 파장 예상

트럼프 행정부가 취업비자 소지자의 배우자에게 주어진 취업허가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료사진.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 H-1B 소지자의 배우자에게 부여해 온 취업허가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제도가 실제로 폐지될 경우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H-1B 인력을 다수 고용하는 지역의 이민자 가정과 기업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서비스국은 최근 공개된 연방정부 통합규제계획에 ‘H-4 부양 배우자를 취업허가 대상 비시민권자 범주에서 제외하는 규칙’을 장기 추진 과제로 올렸다. 국토안보부는 해당 규칙을 통해 H-1B 근로자의 일부 H-4 배우자가 취업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2015년 규정을 폐지하고, H-4 배우자에게 취업허가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던 과거 정책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취업허가 제도가 당장 폐지된 것은 아니다. 연방정부 규제계획에는 이번 사안이 ‘장기 추진 과제’로 분류돼 있으며, 제안 규칙 공표 시점도 ‘추후 결정’으로 기재돼 있다. 법적으로 정해진 완료 시한도 없다. 따라서 현재 유효한 H-4 취업허가증을 가진 사람은 허가 기간에 계속 일할 수 있으며, 자격을 갖춘 신청자는 현행 규정에 따라 신규 또는 갱신 신청을 할 수 있다.

H-4는 H-1B 비자 소지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 미혼 자녀에게 부여되는 동반 체류 신분이다. 그러나 모든 H-4 배우자에게 취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H-1B 배우자가 취업이민 청원서인 I-140 승인을 받았거나, 영주권 수속 지연으로 ‘21세기 미국 경쟁력법’에 따라 H-1B 체류 기간을 연장받은 경우에만 H-4 배우자가 I-765를 제출해 취업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고용 기반 영주권을 장기간 기다리는 H-1B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도입했다. 취업허가를 받은 H-4 배우자는 특정 고용주나 직종에 제한받지 않고 취업하거나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민서비스국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2025년까지 25만8천 명이 넘는 H-4 배우자가 취업허가를 받았으며, 2024년 한 해에만 2만5천 건 이상이 승인됐다. 취업허가 보유자의 상당수는 고학력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H-4 취업허가 폐지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에도 폐지 방침을 규제계획에 포함하고 관련 규칙을 준비했지만 최종 시행에는 이르지 못했다. 해당 규칙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철회됐다.

H-4 취업허가를 둘러싼 법정 다툼도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미국 기술직 근로자 단체 ‘세이브 잡스 USA’는 국토안보부에 H-4 배우자의 취업을 허용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2024년 국토안보부에 취업허가 대상을 결정할 법적 권한이 있다며 현행 규칙을 유지했다. 연방대법원도 2025년 10월 이 단체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항소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이 판결은 국토안보부가 H-4 취업허가 제도를 시행할 법적 권한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행정부가 적법한 규칙 제정 절차를 거쳐 정책 자체를 변경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다.

국토안보부가 폐지를 본격화하려면 먼저 연방 관보에 제안 규칙을 발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규칙과 시행일을 공표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통상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제도가 가족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폐지 근거를 둘러싼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은 H-4 취업허가가 폐지되면 배우자의 경력 단절과 가계소득 감소로 인해 H-1B 전문인력까지 미국을 떠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기술기업과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밀집한 베이 지역에서는 인재 채용과 장기근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H-4 취업허가 보유자와 신청자는 소셜미디어에 확산하는 ‘즉시 폐지’ 주장에 혼란을 겪기보다 이민서비스국과 연방 관보의 공식 발표를 확인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는 기존 취업허가의 효력이 취소되거나 신청 접수가 중단된 상태가 아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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