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이물질 판정 10경기 출전정지…“불법 물질 없었다” 항소의사 밝혀

글러브 검사 뒤 공 한 개 못 던지고 퇴장
“땀·로진 굳은 흔적”…선수노조 통해 대응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세인트폴 세인츠 투수 고우석. 자료사진.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세인트폴 세인츠 투수인 고우석이 글러브 이물질 관련 규정 위반으로 10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고우석은 부정한 물질을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선수노조를 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은 지난 24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CHS필드에서 열린 세인트폴과 콜럼버스 클리퍼스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고우석은 세인트폴이 2-3으로 뒤진 7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하기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그러나 투구를 시작하기 전 진행된 심판의 정기 검사에서 글러브 안쪽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심판진은 고우석의 양손과 글러브를 검사한 뒤 다른 심판들을 불러 글러브 안쪽을 함께 확인했다. 세인트폴 감독과 코치, 통역까지 마운드에 나와 상황을 논의했지만 심판진은 이물질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고우석은 통역을 통해 문제가 된 부분이 불법 이물질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고우석은 공을 한 개도 던지지 못하고 퇴장당했으며, 심판진은 추가 조사를 위해 글러브를 수거했다. 세인트폴은 이날 콜럼버스에 5-6으로 패했다.

고우석의 10경기 출전정지는 25일부터 적용됐다. MLB는 투수가 금지된 이물질을 소지하거나 공에 사용하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고 심판진이 판단하면 즉시 퇴장시키고 10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마이너리그 경기에도 같은 단속 기준이 적용된다.

MLB 공식 규정은 투수가 공에 이물질을 바르거나 신체와 장비에 금지된 물질을 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로진은 정상적인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심판진이 손이나 글러브의 물질이 지나치게 끈적하거나 투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하면 규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물질 관련 판정은 비디오 판독 대상도 아니다.

고우석은 26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리고 고의적인 이물질 사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우석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함이라고 믿어왔으며, 미국 진출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도 그 신념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야구의 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문제가 된 물질이 별도로 바른 접착성 이물질이 아니라, 시즌 초부터 같은 글러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땀과 로진이 반복적으로 엉켜 가죽에 굳어진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글러브를 월드베이스볼클래식부터 계속 사용해 왔으며, 이전 경기에서는 한 번도 심판으로부터 문제를 지적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부분도 손톱으로 가죽을 강하게 긁어야 겨우 떨어질 정도로 굳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투구에 이용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 고우석의 설명이다.

고우석은 “투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불법 물질도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하며 선수노조를 통해 공식 항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고우석의 주장은 심판진이 규정 위반으로 판단한 물질의 성격과 실제 사용 의도를 구분해 달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러브에서 발견된 흔적이 땀과 로진이 장기간 쌓여 굳어진 것인지, 투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물질인지를 항소 과정에서 다투겠다는 의미다.

마이너리그 심판진이 수거한 글러브는 MLB 사무국에 전달돼 추가 검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MLB나 세인트폴 구단은 글러브에서 발견된 물질의 구체적인 성분과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MLB 이물질 관련 징계에는 항소 절차가 보장된다. 과거에도 이물질 판정을 받은 투수들이 로진이나 땀, 자외선 차단제 등 허용 가능한 물질이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한 사례가 있다. 항소가 접수되면 심리를 거쳐 징계를 유지하거나 감경 또는 취소할 수 있지만, 고우석의 항소 일정과 징계 집행 중단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재승격을 준비하던 시점에 발생해 더욱 뼈아프다. 고우석은 이달 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된 뒤 7일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했다.

고우석은 지난 9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미네소타에서 네 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8피안타와 2볼넷,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9.00이며 한 차례 홀드를 올렸다. 그러나 21일 클리블랜드전에서 1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흔들린 뒤 트리플A 세인트폴로 내려갔다.

24일 경기는 고우석이 마이너리그에서 구위와 제구를 재정비하기 위한 첫 등판이었다. 하지만 투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퇴장당하고 출전정지까지 내려지면서 실전 감각을 회복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고우석이 항소를 제기하기로 한 만큼 정확한 복귀 시점은 아직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항소 결과와 징계 집행 방식, 세인트폴의 경기 일정에 따라 실제 출전 가능일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고우석이 투구에 영향을 주기 위한 금지 물질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다. 심판진은 현장에서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고우석은 땀과 로진이 글러브 가죽에 굳어진 흔적일 뿐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고우석으로서는 항소를 통해 글러브 검사 결과와 물질의 성격을 소명하는 동시에, 복귀 이후 마운드에서 경쟁력을 다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소 결과가 향후 메이저리그 재승격 경쟁과 미국 무대에서의 선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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