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 급락…미·이란 충돌 완화 기대 반영

브렌트유·WTI 사흘 새 약 17% 하락
호르무즈해협 정상화 기대…불확실성 여전

미국과 이란간 긴장감이 줄어들며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베이 지역의 한 주유소. 자료사진.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외교 협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28일 장중 5% 안팎 급락했다.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급등했던 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일시 중단한 이후 사흘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 동부시간 기준 28일 12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61달러, 5.2% 하락한 83.7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도 4.06달러, 4.9% 내린 배럴당 78.55달러에 거래됐다. 두 유종 모두 지난 7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종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최근 사흘 동안 약 17% 떨어졌다. 앞서 27일 브렌트유는 8.7% 하락한 배럴당 88.36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7.5% 내린 82.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번 유가 하락은 미국과 이란이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멈추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약 2주 동안 이어진 이란 공습을 주말부터 중단했으며, 이란도 미국의 공격 중단이 유지되는 동안 추가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측의 공격 중단이 장기적인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원유시장은 즉각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을 낮춰 반영했다.

오만이 걸프 지역 국가들의 지지를 받아 호르무즈해협 통항 관리 방안을 이란에 제시했다는 소식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방안에는 선박이 해협을 이용할 때 자발적으로 통항료를 납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아직 오만의 제안에 공식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해상 수송로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선박 운항이 크게 줄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에 반영됐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좋은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강력한 군사작전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어 실제 합의까지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중동 원유 수송 위험도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도 또 다른 원유 수송 위험지역으로 떠올랐다. 27일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8척으로 나흘 만에 가장 많았지만 호르무즈해협의 운항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후티 반군의 공격 이후 하루 40만 배럴을 처리하는 지잔 정유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 정유시설 가동 중단은 단기적으로 원유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지만, 홍해 수송로의 불안이 확대되면 운송비 상승과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미국 달러화가 최근 4주 만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 점도 유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 원유는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원유 구매 비용이 높아지고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높은 에너지 가격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공격 중단이 지속되고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정상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추가로 안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협상이 결렬돼 미국의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재개되거나 호르무즈해협과 바브엘만데브해협의 운항 차질이 확대되면 유가는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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