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시장,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정후 사인볼 선물한 이유…“샌프란시스코와 한국 잇는 특별한 선수”

이재명 대통령 환영 선물에 담긴 양국 우정
루리 시장 “스포츠는 문화를 넘어 사람을 연결”
이정후 “대통령께 전달돼 영광스럽고 의미 있어”

24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다니엘 루리 시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루리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정후 선수의 사인볼을 선물했다.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환영하며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건넨 선물은 화려하거나 값비싼 기념품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 이정후의 친필 사인이 담긴 야구공 한 개였다.

그러나 루리 시장이 이 선물을 고른 이유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대한민국,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두 도시와 두 나라를 연결해 온 이정후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지난 24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해 미국과 남미 3개국을 잇는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공항에는 루리 시장이 직접 나와 이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으며, 이 자리에서 이정후의 사인볼을 공식 환영 선물로 전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선수의 사인볼이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전달되면서 공항 환영 행사는 두 나라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당시에는 루리 시장이 여러 선물 가운데 왜 이정후의 사인볼을 선택했는지 구체적인 배경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베이뉴스랩이 루리 시장 측에 선물 선정 이유를 질의했고, 루리 시장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대한민국 모두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루리 시장은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사랑받는 선수이자 샌프란시스코와 대한민국 모두의 자랑”이라며 “그는 고국과 팬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 도시를 자랑스럽게 대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팬이 이정후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정후가 단순히 자이언츠의 외국인 선수를 넘어 한국과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정후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이후 오라클 파크에는 한국어 응원 문구와 태극기를 든 팬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뿐 아니라 한국에서 직접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팬들도 늘어나면서 이정후의 경기는 야구를 넘어 한국과 샌프란시스코가 만나는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됐다.
서울 방문에 앞서 한인 언론들과 만난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 루리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한국의 교류를 확대하겠다며 양국간의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베이뉴스랩 포토뱅크.
루리 시장과 이정후의 인연은 이번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루리 시장은 올해 초 서울을 방문해 이정후가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키움 히어로즈 구단을 찾았다. 그는 당시 열린 ‘샌프란시스코의 밤’ 행사에서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고, 이정후는 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내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의 교류를 응원했다.

서울에서 루리 시장이 이정후의 출발점인 키움 히어로즈를 만났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정후가 한국을 대표해 도시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인연은 몇 달 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사인볼로 이어졌다.

루리 시장은 사인볼에 담긴 의미에 대해 “이 야구공은 우리 도시와 대한민국 사이의 유대 관계를 상징한다”며 “스포츠가 서로 다른 문화를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은 이정후의 사인볼이 단순한 야구 기념품이나 유명 선수의 소장품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루리 시장에게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해 뛰는 자이언츠 선수인 동시에,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한국 팬들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은 두 나라의 우정과 두 도시의 교류를 가장 친근하고 따뜻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지난 4월 서울 방문중 이정후의 전 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 경기장을 찾아 시구를 하고 있는 다니엘 루리 시장.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역시 자신의 사인볼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정후는 이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지난 24일 자이언츠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구단에서 부탁을 받아 알고 사인을 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원정경기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정후에게 사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후는 선물 선정 배경에 대해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이 자매결연을 맺은 지 올해로 50주년이고, 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담아 선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사인볼이 공식 환영 행사에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을 두고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상징성을 갖게 된 것에 대해서도 “분명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정후는 특유의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는 자신 외에도 도시를 대표하는 많은 상징이 있다며, 자신의 사인볼이 선택된 것을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 선수라는 상징성과 공개적인 외교 행사에 담긴 의미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도시와 국가, 팬들이 만들어 낸 의미를 먼저 생각한 이정후의 반응은 루리 시장이 밝힌 선물 선정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루리 시장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를 자랑스럽게 대표하면서도 고국과 팬들에 대한 연결을 잃지 않는 선수라고 평가했고, 이정후는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의 관계, 그리고 한국 선수라는 상징성으로 돌렸다.
다니엘 루리 시장 방문에 맞춰 이정후의 응원 영상이 키움 히어로즈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상영됐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벤처투자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경제·기술 외교 일정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 머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 및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과 미국의 첨단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업과 첨단기술이 논의되는 공식 일정의 출발점에서 가장 먼저 두 나라를 연결한 것은 작은 야구공이었다.

그 야구공에는 서울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운 한 선수가 태평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의 사랑받는 선수로 성장한 시간이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 이정후를 응원하며 샌프란시스코까지 찾아온 팬들의 마음도, 낯선 도시에서 그의 이름과 활약을 통해 자부심을 느낀 한인들의 마음도 함께 담겨 있었다.

루리 시장이 건넨 사인볼은 샌프란시스코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전한 환영 인사인 동시에, 이정후를 통해 이어진 두 도시의 인연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이정후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야구공이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영광의 순간이었으며, 샌프란시스코 한인사회에는 한국 선수가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야구공 하나가 외교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로는 수많은 공식 문서와 긴 연설보다 한 선수의 사인이 담긴 작은 공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가까이 연결한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된 이정후의 사인볼은 단순한 환영 선물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시작해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진 한 선수의 여정이자,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 두 도시와 두 나라의 우정을 상징하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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