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사기 피해액 159억 달러로 ‘사상 최대’

전년보다 25% 증가…투자 사기 피해만 79억 달러
AI·가상화폐 악용하며 범죄 수법 갈수록 정교해져
피해금 회수는 사실상 막막…“정부 대응 부족” 지적

미국에서 온라인과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각종 사기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신고된 피해액이 159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료사진.
미국에서 온라인과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각종 사기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신고된 피해액이 159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공지능과 가상화폐를 악용한 범죄가 확산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돈을 되찾거나 정부기관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소비자들이 신고한 사기 피해액은 159억 달러로, 2024년의 125억 달러보다 약 25% 증가했다. 피해 신고도 2024년 260만 건에서 지난해 300만 건으로 늘었다. 이는 FTC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피해액이 가장 큰 유형은 투자 사기였다. 주식과 가상화폐 등 고수익 투자를 미끼로 돈을 가로챈 피해액은 79억 달러로 전체 신고 피해액의 절반에 육박했다. 가장 빈번하게 신고된 범죄는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 유명 기업 또는 가족을 사칭하는 사기였다. 지난해 FTC에 접수된 사칭 사기 신고는 100만 건을 넘어섰으며 피해액은 35억 달러에 달했다.

사칭 사기범들은 은행이나 정부기관 관계자인 것처럼 접근해 피해자의 계좌에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고 속인 뒤, 돈을 별도의 ‘안전 계좌’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 기업 사칭 피해액은 약 10억 달러, 정부기관 사칭 피해액은 약 9억2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공식 통계는 실제 피해 규모의 일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사기를 당한 사실이 부끄럽거나 신고 방법을 모르는 피해자가 많기 때문이다. FTC는 미신고 사례까지 고려하면 2024년 한 해 미국의 실제 사기 피해액이 약 2천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 약 5억5천만 달러가 사기범들에게 넘어간 셈이다.

AP통신과 공영방송 프로그램 ‘프론트라인’이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98%가 사기 시도로 의심되는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3명은 사기로 돈이나 개인정보를 잃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사기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인공지능 기술과 가상화폐의 확산이 지목됐다. 범죄 조직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 인물과 구별하기 어려운 사진과 영상, 음성을 만들고 대량의 맞춤형 사기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피해금은 추적과 회수가 어려운 가상화폐로 송금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속아서 직접 송금이나 인출을 승인하면 금융기관이 피해액을 배상할 책임을 지는 경우가 드물다. AP와 프론트라인이 사기 피해자 58명을 인터뷰한 결과, 피해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은행과 별도의 합의를 한 단 한 명뿐이었다.

정부 대응도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다. 연방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사기 범죄와 관련된 연방기관은 최소 13곳에 달하지만, 정부 차원의 통일된 사기 정의나 피해액 추산 방식, 종합 대응 전략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연방의회에서는 사기 신고를 한곳에서 접수하는 통합 웹사이트 설치와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영상·음성 표시 의무화, 사기 피해에 대한 세금 감면을 추진하는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3월 사기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우선하고 피해금 반환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가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가상화폐 구입, 현금 인출 또는 ‘안전 계좌’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으면 상대방이 알려준 번호로 다시 전화하지 말고 해당 기관의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번호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사기 피해는 FTC의 ‘ReportFraud.ftc.gov’ 또는 연방수사국 인터넷범죄신고센터 ‘IC3.gov’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송금 직후 피해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금융기관이나 가상화폐 거래소에 즉시 연락해 거래 중단이나 계좌 동결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저작권자 © SF Bay News Lab,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광고문의 ad@baynewslab.com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