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재팬타운서 길로이 ICE 시설 반대 집회…일본계 주민·정치권·종교계 한목소리

강제수용 역사 거론하며 건설 중단 촉구
연방법원, 9월 8일 공사 중단 여부 심리

산호세에서 열린 길로이 ICE 시설 반대 집회에서 로버트 리바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산호세 니케이 리지스터.
산호세 재팬타운에서 길로이 인근에 추진되고 있는 연방 이민세관단속국 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일본계 미국인 주민과 이민자 권익단체, 종교계와 지역 정치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의 역사를 강조하며 시설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는 29일 산호세 재팬타운의 역사적인 잇세이 메모리얼 빌딩 앞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일본계 미국인 사회단체인 산호세 닛케이 리지스터스를 비롯한 지역 활동가들과 사우스베이 정치인들이 참석해 길로이 외곽에 건설되고 있는 ICE 시설이 지역 이민자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 정책 사이에는 국가가 특정 집단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가 열린 잇세이 메모리얼 빌딩은 산호세 일본계 이민사회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존 오다 웨슬리 연합감리교회 목사는 정부가 사람들을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적법한 절차를 보장받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기 시작할 때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다 목사는 자신의 삼촌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으로 참전해 목숨을 잃었지만, 가족들은 와이오밍주의 하트마운틴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호세 닛케이 리지스터스 공동 설립자인 수전 하야세도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 피해 세대가 자신들에게 “다른 누구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하야세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강제수용소 안에서도 노동파업과 징병 거부, 단식투쟁 등을 통해 저항했다며, 같은 정신으로 현재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이민단속 정책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의 역사를 알리는 것만으로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에는 조 로프그렌 연방 하원의원과 로버트 리바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 애시 칼라·패트릭 아렌스 주 하원의원, 베티 두옹 산타클라라카운티 수퍼바이저, 앤서니 토르디요스 산호세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로프그렌 의원은 길로이 시설이 가동되면 ICE 요원들이 북가주 전역에서 이민단속을 확대하는 거점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시설 개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프그렌 의원의 지역구에는 산호세 재팬타운과 길로이가 모두 포함돼 있다.

길로이 전 시의원이자 시설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레베카 아르멘다리스는 이민자 사회와 일본계 미국인 사회가 정부 정책으로 함께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지역사회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이 계속 모여 전략을 세우고 조직적인 반대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시설은 길로이 시 경계 밖 산타클라라카운티 비법인 지역인 홀스클로 로드 7240번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부지는 약 24.5에이커 규모의 농업용 토지로, 민간 개발업체가 2025년 1월 연방정부에 임대했다.

연방정부는 처음에는 해당 사업을 ICE의 사무·운영 공간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산타클라라카운티가 확보한 관련 문서에는 구금실과 신원 확인·처리 공간, 면회실 등 이민자를 일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와 카운티 측은 건물이 약 1만9천 제곱피트 규모로 계획됐으며 최대 150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토안보부는 해당 장소에 새로운 구금센터를 건설할 계획은 없으며 ICE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사무시설이라고 밝혔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과 산타클라라카운티는 지난 6월 ICE와 국토안보부, 연방총무청 등을 상대로 시설 건설을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주와 카운티는 연방정부가 사업 목적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공사를 추진했고, 국가환경정책법에 따른 환경평가와 지방정부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해당 토지는 농업과 농업 관련 용도로 사용을 제한하는 캘리포니아 윌리엄슨법 계약의 적용을 받고 있어 ICE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토지 이용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소송에는 시설 건설이 지역 환경과 기반시설에 미칠 영향도 포함됐다. 주 법무부는 사업 부지가 멸종위기종 서식지와 가까운 농업 지역에 있으며, 시설 운영 시 식수와 폐수처리 시설, 도로 등에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 당국은 소송 일정에 대한 합의의 하나로 추가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와 산타클라라카운티는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공사와 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예비 금지명령도 요청한 상태다.

연방법원은 오는 9월 8일 예비 금지명령 신청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이 주와 카운티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시설 건설은 장기간 중단될 수 있다. 반대로 신청이 기각되면 연방정부가 공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재팬타운 집회는 길로이 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이민자 권익단체를 넘어 일본계 미국인 사회와 종교계, 지방·주·연방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석자들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는 동시에 집회와 주민 조직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야세는 자신의 권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이 행동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전체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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