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공항서 우크라이나 여성 ICE에 체포…사복 요원 강경 제압 논란

목격자 “신분 밝히지 않고 바닥에 제압”
DHS “15년 비자 초과 체류·체포에 저항”

도리아 로빈슨 리치먼드시 시의원이 공개한 영상. 사복 요원들이 우크라이나 출신 한 여성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체포하고 있다. 사진=도리아 로빈슨 시의원이 공개한 영상 캡처.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에서 사복 차림의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이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을 바닥에 제압해 체포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단속 방식과 공항 내 이민 당국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와 지역 언론에 따르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은 지난 22일 오후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에서 우크라이나 국적의 이리나 고르브(38)를 체포했다. 고르브는 포틀랜드 여행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장면은 당시 공항에 있던 도리아 로빈슨 리치먼드시 시의원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사복을 입은 남성 2명이 공항 상점 앞에서 고르브를 바닥에 눕혀 제압하는 모습이 담겼다.

고르브는 영상에서 “목을 조르고 있다”, “도와달라”,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왔다”고 외쳤으며, 주변 여행객들은 요원들에게 체포 이유와 소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후 고르브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공항 휠체어에 실려 이동했다.

당시 국내선 1터미널 B7 게이트 인근에서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던 로빈슨 시의원은 오후 7시45분께 한 여성의 비명을 듣고 현장으로 다가갔다고 밝혔다. 그는 남성들이 제복을 입거나 소속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를 하지 않아 처음에는 가정폭력이나 인신매매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로빈슨 시의원은 주변 사람들이 요원들의 신원을 거듭 물었지만 이들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공항에서 벌어진 상황이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터미널에는 수많은 여행객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안보부는 고르브가 2010년 합법적인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지만, 체류 허가가 2011년 5월 만료된 뒤 약 15년 동안 체류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요원들이 접근하자 고르브가 도주를 시도하고 체포에 저항했기 때문에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도리아 로빈슨 리치먼드시 시의원이 공개한 영상. 사복 요원들이 우크라이나 출신 한 여성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체포하고 있다. 사진=도리아 로빈슨 시의원이 공개한 영상 캡처.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고르브가 추방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ICE 구금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요원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신분과 체포 근거를 고르브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설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르브는 미국에서 16년 동안 생활했으며 최근 약 10년간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샌프란시스코 포크걸치 지역의 카페에서도 근무해 왔다. 지인들은 고르브가 체포된 뒤 스톡턴 ICE 사무소를 거쳐 현재 모하비 사막에 있는 캘리포니아시티 구금시설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약 15명의 친구와 지인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고르브의 구금 장소와 추방 절차를 확인하고 있다. 고르브는 체포 당일 밤 지인에게 전화해 직장에 출근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 집에 있는 식물 등을 대신 챙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 측은 연방기관의 법 집행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작전이 진행될 때 사전에 통보받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공항의 보안구역 안에서도 ICE가 별도의 사전 통보 없이 단속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행객과 이민자 단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콧 위너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은 이번 체포를 강하게 비판했다. 위너 의원은 고르브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왔다며, 전쟁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로 추방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을 이처럼 체포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변호사협회 이민자 법률지원 프로그램의 밀리 앳킨슨 변호사는 시민권자가 아닌 이민자는 유효한 노동허가나 진행 중인 이민 신청이 있더라도 공항을 이용하기 전에 자신의 체류 상태와 단속 위험을 변호사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앳킨슨 변호사는 공항에서 안면인식 등 각종 신원 확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고, 교통안전청 역시 연방기관이기 때문에 ICE가 공항에서 특정 인물을 찾아 체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ICE가 공항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사복 요원을 투입해 이민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소속과 권한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지, 물리력 사용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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