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또 ‘제동’…연방법원, 효력 정지 판결

메릴랜드 연방법원, 집단소송 대상자에 예비금지명령
“대법원이 이미 시민권 확인…대통령도 따라야”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또 효력이 정지됐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을 제한하기 위해 새로 발동한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법원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메릴랜드주 연방지방법원의 데버라 보드먼 판사는 2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집단소송 대상자들에게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비금지명령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무부와 법무부, 국토안보부, 연방이민서비스국, 사회보장국 등은 소송 대상에 포함된 아동들의 시민권을 부인하거나 시민권 관련 서류 발급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금지명령은 본안소송이 마무리되거나 법원이 별도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 유지된다.

보드먼 판사는 결정문에서 “연방대법원은 집단소송 대상 아동들이 태어날 때부터 시민권자라고 이미 판단했다”며 “대통령의 새로운 행정명령도 대법원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소송에는 2025년 2월 19일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아동 가운데 어머니가 불법 체류 상태이고 아버지가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또는 어머니가 합법적이지만 임시 체류 신분이고 아버지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가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첫날 불법 체류자나 임시비자 소지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이들 아동도 미국에서 태어날 경우 시민권을 취득한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이후인 지난달 6일 적용 대상을 일부 조정한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새 명령은 부모 가운데 한 명이 미국 정부가 지정한 ‘적성 외국인’이거나 외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 직원인 경우 시민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하기 위해 항공권이나 의료·대리출산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상업적 거래를 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이른바 ‘원정 출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연방기관들이 구체적인 시행 지침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며 소송과 가처분 신청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드먼 판사는 시행 지침의 내용과 관계없이 행정명령 자체가 광범위한 아동에게 시민권 서류 발급을 거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연방기관이 행정명령과 관련한 시행 지침을 마련하고 공개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았다. 미국령 가운데 연방법에 따라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는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과 관련한 조항도 이번 금지명령 대상에서 제외됐다.

백악관은 이번 판결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막으려는 바이든 임명 판사의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새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헌법과 대법원 판결을 우회하려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번 결정은 행정명령 전체를 최종적으로 무효화한 본안 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와 임시비자 소지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에 대해서는 기존 출생시민권이 당분간 계속 인정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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