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우편투표 제한 시행 위해 연방대법원에 재상고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긴급 효력정지 요청
유권자 명단·고유 바코드 제출 의무화 추진
민주당 주정부 “수백만 명 투표권 침해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우편투표 제한 시행을 위한 긴급 효력정지를 연방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자료사진.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부터 우편투표에 새로운 제한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며 연방대법원에 다시 긴급 상고했다. 일부 주에서는 이미 우편투표용지 발송이 시작돼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올해 선거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6일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긴급 신청서에서 연방법원이 내린 우정청의 우편투표 규정 시행금지 명령을 즉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신청은 지난 4일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인디라 탈와니 판사가 우편투표 규정 시행을 막는 명령을 중간선거 이후까지 연장한 데 따른 것이다.

행정부가 추진하는 규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서명한 선거 관련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새 규정에 따르면 주와 지방 선거 당국은 우편투표용지 수령인의 이름과 주소, 투표용지별 고유 바코드 정보를 우정청의 온라인 시스템에 제출해야 한다.

투표용지 발송 봉투에는 공식 선거우편 표식과 자동화 처리에 적합한 규격, 고유 바코드도 갖춰야 한다. 우정청은 제출된 명단이나 봉투 규격과 일치하지 않는 우편투표물을 선거 당국에 돌려보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정청은 유권자의 투표 자격을 직접 심사하지 않으며, 각 주가 제출한 정보와 우편물 규격이 일치하는지만 확인한다.

존 사우어 연방 법무차관은 신청서에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이미 투표용지가 발송되기 시작했고 앨라배마는 9일, 최소 5개 주는 13일이 시작되는 주에 발송 절차에 들어간다”며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사우어 차관은 법원의 금지 명령이 유지되는 동안 각 주가 새 규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 불분명해져 “혼란과 무질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발송된 투표용지 봉투는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이 즉시 개입하지 않으면 올해 선거에 새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탈와니 판사는 중간선거를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전국적인 투표용지 디자인과 전산 시스템을 변경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각 주가 봉투를 다시 설계하고 우정청의 승인을 받은 뒤 투표 관리 시스템을 수정하고 선거 담당자까지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와니 판사는 새 규정이 “우편으로 투표하려는 수백만 명의 미국 시민의 투표권 박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방헌법이 연방선거 관리 권한을 주정부와 의회에 부여하고 있는데도 행정부와 우정청이 우편물 규제를 명분으로 선거 절차에 개입하고 있다며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과 유권자 권리 단체들도 대통령에게 주정부의 선거 관리 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우정청 규정이 시행되면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거나 바코드 정보에 오류가 있는 유권자의 투표용지가 배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이번 규정은 투표 자격이나 개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우정청이 담당하는 선거우편물의 규격과 처리 절차를 표준화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고유 바코드와 유권자 정보 확인을 통해 우편물 추적 능력을 높이고 선거 관련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행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같은 우편투표 정책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의 개입을 요청한 세 번째 사례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행정명령을 상대로 제기된 초기 소송에 대해 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취지로 행정부가 규정 제정 절차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당시 결정은 우편투표 제한 자체가 합법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후 우정청이 지난달 26일 최종 규정을 발표하자 주정부와 유권자 단체들이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탈와니 판사는 이번에는 피해가 더 이상 가정적인 단계가 아니라며 규정 시행을 차단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대법관은 규정에 반대하는 주정부와 단체들에 오는 9일까지 행정부 신청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도록 했다. 연방대법원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새 규정은 11월 3일 중간선거에 적용될 수 있지만, 신청을 기각하면 기존 우편투표 절차가 유지된다.

미국에서는 모든 주가 일정한 형태의 우편투표를 허용한다. 이 가운데 29개 주는 별도의 사유 없이 우편투표를 신청할 수 있으며 8개 주는 선거를 사실상 전면 우편투표 방식으로 실시한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약 3분의 1이 우편으로 투표하는 만큼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연방의회 다수당이 결정되는 이번 중간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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