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김은선 음악감독의 지휘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대표작 ‘마농’을 무대에 올린다. 제104시즌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10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전쟁기념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해 11월 1일까지 총 7회 진행된다.
김은선 음악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출연진을 이끌며, 소프라노 아미나 에드리스와 테너 페네 파티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다.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선보이는 이번 프로덕션은 2017년 샌프란시스코 공연 이후 9년 만에 돌아온다.
‘마농’은 매력적인 젊은 여성 마농이 자신의 뜻에 따라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물질적 풍요를 경험하고, 끝내 비극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화려하고 풍족한 삶에 이끌리는 주인공의 갈등을 통해 사랑과 욕망, 자유로운 선택의 대가를 그린다.
원작은 아베 프레보가 1731년 발표한 소설 ‘데 그리외 기사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다. 마스네는 작품에 깊이 몰입한 나머지 1882년 작곡 당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약 150년 전 프레보가 집필했던 거처에 한동안 머물기도 했다.
마스네는 감각적이고 섬세한 선율, 연인들의 내밀한 대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통해 마농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묘사했다. 작품에는 파리를 향한 애정도 녹아 있다. 마농이 부르는 ‘안녕, 우리의 작은 식탁이여’와 데 그리외의 ‘꿈의 아리아’, 생쉴피스 성당에서 두 연인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대표적인 음악적 감상 포인트다. 이러한 장면들은 ‘마농’이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는 서정적인 오페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바탕이 됐다.
김은선 음악감독에게 이번 공연은 프랑스 오페라의 풍부한 표현력을 다시 탐구하는 무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재임 기간 존 애덤스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세계 초연부터 베르디와 바그너의 작품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휘해 왔다. 이번 시즌에는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와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도 지휘한다.
프랑스 작품과의 인연도 이어왔다.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프로그램에서 프랑스 레퍼토리를 선보였으며, 2022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창립 100주년 시즌에는 풀랑크의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를 지휘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악보에 담긴 다양한 표현을 살려 풍성한 극적 흐름으로 엮어냈다고 평가했다.
이번 ‘마농’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리투아니아 국립 오페라·발레 극장, 이스라엘 오페라의 공동 제작 작품이다. 부사르가 연출과 의상을 맡고, 무대 디자이너 뱅상 르메르와 조명 디자이너 게리 마더가 참여한다.
조명은 주인공의 여정과 작품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1막의 다채로운 색채에서 2막의 노출된 전구와 커다란 그림자, 마농의 죽음 장면을 감싸는 어둠까지 극의 흐름에 따라 시각적 변화가 펼쳐진다. 부사르는 자유와 즐거움을 향한 부름에 귀 기울이려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시각으로 작품에 접근한다.
마농 역을 맡은 에드리스는 이집트 출신 소프라노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젊은 성악가 육성 과정인 애들러 펠로십을 거쳤다. 2016년 비제의 ‘카르멘’에서 프라스키타 역으로 이 오페라단에 데뷔했으며, 2019년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파티와 함께 주역을 맡았다. 2022년에는 창립 100주년 시즌 개막작인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세계 초연에서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했다.
에드리스는 유럽 무대에서도 마농과 줄리엣, 마르그리트, 타이스 등 프랑스 오페라의 여성 인물을 해석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마스네의 ‘아리안’과 마이어베어의 ‘악마 로베르’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에도 출연했다. 프랑스 오페라 전문 매체 올리릭스는 에드리스가 마농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무대 장악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마농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데 그리외 기사 역에는 파티가 출연한다. 파티 역시 애들러 펠로십 출신으로, 2017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베르디 ‘리골레토’에서 만토바 공작을 맡으며 주역 가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파리와 밀라노, 빈, 뉴욕 등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다.
특히 프랑스 레퍼토리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5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에드리스와 실제 부부인 파티는 이번 공연에서 다시 연인으로 만나 음악적·극적 호흡을 선보인다.
두 주연 외에도 바리톤 비토르 비스푸가 마농의 사촌 레스코 역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한다. 레스코는 마농을 보호하고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는 인물이다. 귀족 드 브레티니 역에는 스티븐 게르트너, 데 그리외 백작 역에는 제임스 크레스웰이 출연한다. 존 킨 합창감독이 준비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합창단도 참여해 무대를 채운다.
‘마농’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100년이 넘는 인연을 지닌 작품이다. 오페라단은 창단 두 번째 시즌인 1924년 설립자 가에타노 메롤라의 지휘로 이 작품을 처음 공연했다. 당시 그리스 소프라노 탈리아 사바니에바가 마농을, 이탈리아 테너 티토 스키파가 데 그리외를 맡았다. 이후 비벌리 실스와 루스 앤 스웬슨, 니콜라이 게다, 제리 해들리 등 여러 성악가가 이 작품의 무대를 이어왔다.
공연은 프랑스어로 진행되며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일정은 현지시간으로 10월 15·21·24·27·30일 오후 7시 30분, 10월 18일과 11월 1일 오후 2시다. 장소는 샌프란시스코 밴네스 애비뉴 301번지에 있는 전쟁기념 오페라하우스다.
10월 21일 공연은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되며, 22일 오전 10시부터 48시간 동안 다시 볼 수 있다. 온라인 관람권은 25달러다. 11월 1일 마지막 공연 후에는 김은선 음악감독과 리허설 부서 책임자 트레이 코스테리산이 관객들과 만나 무대 안팎의 제작 과정을 이야기한다.
개막에 앞서 10월 11일 오후 6시에는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역 록시 극장에서 파티와 동생 아미타이 파티의 음악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테너: 내 이름은 파티’가 상영된다. 상영 후에는 페네 파티와 감독 레베카 탠슬리가 참여하는 질의응답이 예정돼 있다.
공연과 예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홈페이지(sfoper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