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T업계 종사자 실리콘밸리 추월…미국 최대 기술인력 시장으로

뉴욕 기술인력 39만4천명…베이 지역 37만6천명
13년 조사 역사상 처음으로 뉴욕이 규모에서 앞서
AI 인력·기술 집중도는 샌프란시스코가 여전히 우위

뉴욕 전경. 자료사진.
미국 기술산업의 상징으로 불려온 실리콘밸리가 기술직 종사자 수에서 처음으로 뉴욕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인력 채용을 크게 늘린 뉴욕이 대규모 감원을 겪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추월하면서 미국 기술인력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투자회사 CBRE가 발표한 ‘2026 기술인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뉴욕 메트로 지역의 기술직 종사자는 39만4,300명으로 집계됐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베이 지역의 37만5,730명을 약 1만8,600명 앞선 수치다. CBRE가 북미 기술인력 시장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뉴욕이 베이 지역을 기술인력 규모에서 넘어섰다.

뉴욕의 약진과 베이 지역의 감소는 최근 3년 사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뉴욕 지역 기술인력은 8.4% 증가한 반면, 베이 지역은 약 6% 감소했다. 이 기간 베이 지역에서는 약 2만4천 개의 기술직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뉴욕에서는 3만 개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CBRE가 말하는 ‘기술인력’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술기업 직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데이터 전문가, 컴퓨터·정보시스템 관리자, 하드웨어 엔지니어 등 20개가 넘는 기술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인력을 산업에 관계없이 포함한다. 따라서 은행과 투자회사, 의료기관, 정부기관 등에 근무하는 기술직도 집계된다. 바로 이 점이 뉴욕이 실리콘밸리를 추월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뉴욕은 세계 최대 금융 중심지라는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은행과 투자회사, 보험사들이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위해 기술인력 채용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팬데믹 이후 대형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AI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부 소프트웨어·기술직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이어졌다.

CBRE 테크 인사이트 센터의 콜린 야스코치 총괄은 베이 지역에서는 기술기업들의 감원으로 전체 기술인력 규모가 줄어든 반면 뉴욕에서는 금융회사들이 기술인력과 AI 전문가들을 적극 채용한 것이 두 지역의 순위 변화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뉴욕 금융권은 생성형 AI 확산 이후 단순히 외부 기술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AI 시스템과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머신러닝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산업과 기술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뉴욕의 거대한 금융시장이 새로운 기술인력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뉴욕에 AI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점도 기술인력 증가를 가속화하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을 비롯해 구글과 메타 등 주요 AI·기술기업들이 뉴욕에서 인력과 사무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의 AI 전문 인력 역시 최근 1년 사이 2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기술산업의 주도권 자체가 뉴욕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 기술직 종사자 수에서는 뉴욕이 베이 지역을 앞섰지만 AI 전문인력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CBRE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AI 관련 기술인력은 9만8,699명으로 뉴욕 메트로 지역의 6만7,949명보다 약 3만 명 많았다. 두 지역 모두 2025년 중반 이후 AI 인력이 2만 명 이상 늘었지만 절대적인 AI 인재 규모에서는 베이 지역이 여전히 미국 최대 시장이다.

AI 분야의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르다. 미국과 캐나다의 AI 전문 기술인력은 최근 1년 동안 약 45% 증가해 2026년 6월 기준 75만1천 명에 달했다. 미국 전체 기술직 채용공고 가운데 AI 관련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2년 약 11%에서 현재 약 31%까지 상승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의 강점은 AI 기업과 벤처투자, 연구개발 인프라가 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데 있다. CBRE는 베이 지역을 여전히 AI 혁명의 중심지로 평가하고 있으며, AI 기업들의 사무실 임차도 샌프란시스코 부동산시장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샌프란시스코 전체 오피스 임대 활동의 58%를 AI 관련 기업들이 차지했다. 2023년 이후 AI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계약한 사무공간은 약 1천만 제곱피트에 달한다.

기술인력이 지역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베이 지역은 뉴욕보다 훨씬 높다. 베이 지역은 여전히 북미에서 기술인력이 가장 밀집해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며, 기술기업에서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비중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 CBRE 조사에서도 베이 지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약 70%가 기술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CBRE의 종합적인 ‘기술인력 시장 순위’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 여전히 1위를 유지했다. 기술직 종사자 숫자뿐 아니라 인력 집중도와 대학 인재 배출, 연구개발 투자, 기술산업 규모 등 13개 지표를 종합한 평가에서 베이 지역은 81.98점을 기록해 70.38점의 뉴욕을 앞섰다. 시애틀과 토론토에 이어 뉴욕은 종합순위 4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번 변화는 ‘실리콘밸리가 기술 중심지의 지위를 잃었다’기보다는 미국 기술인력 시장이 실리콘밸리에 집중되던 구조에서 뉴욕과 다른 대도시로 빠르게 분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특히 뉴욕의 성장은 전통적인 기술기업이 아닌 금융·보험·전문서비스 업체들이 AI와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술이 하나의 독립된 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금융과 의료, 미디어, 제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대규모 기존 산업을 보유한 뉴욕이 기술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전체 기술직 규모에서는 뉴욕에 추월당했지만 AI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첨단 연구개발 및 AI 전문인력에서는 여전히 미국 기술혁신의 중심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뉴욕의 기술인력 1위 등극은 미국 기술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술직 종사자 수’에서는 뉴욕이 실리콘밸리를 처음 넘어섰지만, ‘AI 혁신의 중심’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앞서면서 두 지역의 기술패권 경쟁은 서로 다른 형태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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