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위트컴 타격 부진에도 수비서는 ‘존재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라파엘 데버스의 만루홈런으로 6점 차 열세를 2점 차까지 좁히고 9회 만루를 만들며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넘지 못했다. 자이언츠는 11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5-7로 패했다. 자이언츠는 62승86패, 파드리스는 79승68패가 됐다. 경기 시간은 3시간2분, 관중은 3만8,381명이었다.
자이언츠는 1회 조나 콕스가 출루한 뒤 브라이스 엘드리지의 적시타로 먼저 1점을 뽑았다. 그러나 선발 앤서니 몰리나가 2회와 3회 집중타를 허용하며 흐름이 급격히 파드리스 쪽으로 넘어갔다. 파드리스는 2회 잭슨 메릴의 2루타를 발판으로 더스틴 해리스의 적시타와 프레디 페르민의 2루타로 2점을 뽑아 2-1로 뒤집었고, 3회에는 안타 6개 가운데 장타 4개를 몰아치며 5점을 추가해 7-1까지 달아났다. 루이스 캄푸사노와 잰더 보가츠, 해리스, 페르민이 잇따라 장타를 터뜨렸다.
몰리나는 결국 3이닝 동안 9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9피안타와 7실점 모두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이었다. 바이텔로 감독은 몰리나의 투구에 대해 “스트라이크는 던지고 있었다. 몇 차례 0볼 2스트라이크에서 풀카운트까지 갔고 변화구 몇 개가 밀렸으며, 패스트볼 두 개도 가운데로 돌아오면서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분명 더 좋은 밤을 보낸 적이 있고 더 잘할 수도 있었지만, 상대 타자들이 잘 친 부분도 있다. 듣기 괴롭지만 솔직한 답은 그렇다”며 파드리스 타선의 타격도 인정했다.
무너질 수 있었던 경기에서 자이언츠를 다시 승부권으로 끌어올린 것은 데버스였다. 5회 앤드루 키즈너의 2루타와 볼넷 2개로 무사 만루가 만들어지자 데버스가 파드리스 선발 로비 레이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36호 홈런으로, 순식간에 점수는 7-5가 됐다. 데버스의 개인 통산 9번째 만루홈런이자 지난 5월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 만루포였다. 자이언츠는 시즌 9번째 만루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최다를 기록했고, 2015년과 함께 구단 한 시즌 최다 타이기록을 세웠다.
데버스는 이날 4타수 1안타 1홈런 4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시즌 타점을 96개로 늘렸다. 이는 헌터 펜스가 2013년 99타점을 기록한 이후 자이언츠 선수의 한 시즌 최다 타점이다. 또한 좌완 레이를 상대로 홈런을 추가해 올 시즌 좌완 상대 홈런도 8개가 됐다. 자신의 한 시즌 좌완 상대 최다 9개에 한 개만을 남겼으며, 자이언츠 좌타자로는 2007년 배리 본즈가 좌완을 상대로 8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바이텔로 감독은 특히 데버스가 낮은 공을 걷어 올려 만루홈런으로 만든 타격에 주목했다. 그는 “요즘은 스윙을 분석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하기 어려운 것이 공에 끝까지 머무는 것”이라며 “데버스의 타격은 그것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선수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어린 선수들이 봐도 좋은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누구나 데버스처럼 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금 완전히 타격감이 올라와 있다”며 “몸이 허락하면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하고 매 순간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몰리나가 내려간 뒤에는 주니오르 마르테가 4회부터 5이닝 무실점으로 파드리스의 추가 득점을 차단하며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특히 8회 선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3루타를 내주고도 실점하지 않았다. 바이텔로 감독은 선발 투수를 짧게 활용하는 현재 운용 방식 때문에 불펜 한 명이 사실상 줄어든 상황이었다면서 “오늘 마르테가 나간다면 많은 것을 해줘야 했는데 정확히 그렇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또 위기에서 마르테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투구를 수정하는 모습을 언급하며 “보통 경험 많은 선수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스스로를 코칭할 줄 알고,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성숙하다”고 말했다.
자이언츠는 8회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9회 파드리스 마무리 메이슨 밀러를 상대로 다시 한번 승부를 걸었다. 특히 2사 이후 콕스가 100마일 안팎의 강속구를 상대로 기습번트를 성공시켜 출루하면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바이텔로 감독은 “그 상황에서 번트를 댈 배짱도 대단하지만 실제로 성공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경기 전 번트와 주루 준비는 코칭스태프가 돕지만, 9회 그 상황에서 불리한 카운트에 100마일짜리 공을 상대로 번트를 댄 것은 전적으로 콕스의 판단이었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플레이였다”고 평가했다.
데버스도 9회 무리하게 승부하지 않고 볼넷을 골라 기회를 이어갔다. 바이텔로 감독은 “그 상황에서 데버스가 세 번 크게 휘둘러 영웅이 되려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이닝을 계속 이어갔다”며 다음 타자인 엘드리지에게 기회를 연결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자이언츠는 마지막까지 주자를 모았지만 엘드리지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5-7로 끝났다. 밀러는 시즌 35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바이텔로 감독은 7-1까지 벌어진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상대 필승조를 끌어낸 점에 의미를 뒀다. 그는 “7-1이면 야구 경기에서 바깥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상황이 된다. 그런데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계속 ‘다시 싸움 속으로 들어가자’고 이야기했고 결국 다시 경기 안으로 들어왔다”며 “위로가 되는 결과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 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 기록에서도 콕스와 엘드리지의 활약이 이어졌다. 콕스는 4타수 2안타 2득점 1볼넷에 시즌 10번째 도루까지 기록했다. 자이언츠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것은 2008년 에마누엘 버리스의 13개 이후 처음이며, 첫 48경기에서 10도루를 기록한 것도 2007~2008년 유지니오 벨레스의 12개 이후 팀 내 최다다. 엘드리지는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2루타도 하나 추가했다. 8월 20일부터 이어진 연속 출루 기록은 19경기로 늘어나 당시 메이저리그 최장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 기간 타율 .366, 출루율 .453, 장타율 .549, OPS 1.002를 기록하고 있다.
이정후와 한국계 셰이 위트컴은 타석에서는 안타를 만들지 못했지만 수비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4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쳐 시즌 타율이 .279가 됐지만 외야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여 MLB.com 경기 하이라이트에 이름을 올렸다.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위트컴은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한 뒤 8회 대타 드루 길버트와 교체됐지만, 경기 중 맨손 처리와 백핸드 수비로 두 차례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MLB.com은 이 경기의 공식 선발 라인업도 별도로 공개했다.
파드리스의 송성문도 이날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발 라인업에서는 제외됐던 송성문은 경기 후반 2루수로 투입돼 수비를 맡았으며 타석에는 들어서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라클 파크에서 이정후와 송성문, 그리고 한국계 위트컴이 같은 경기 그라운드를 밟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파드리스에서는 메릴이 5타수 3안타 2득점 1도루로 공격을 이끌었다. 메릴은 오라클 파크 통산 17경기에서 타율 .394, 출루율 .411, 장타율 .620, OPS 1.031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타티스 주니어는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이날 안타는 3루타였다. 파드리스는 홈런 없이 장타 7개를 기록했으며, 특히 3회 안타 6개 가운데 4개가 장타였다.
이날 승리로 파드리스는 올 시즌 자이언츠 상대 전적을 7승4패로 만들면서 시즌 상대 전적 우위를 확정했다. 2022년부터 5시즌 연속 자이언츠와의 시즌 맞대결에서 우위를 이어갔다. 반면 자이언츠는 2024시즌 이후 파드리스를 상대로 13승24패, 승률 .351에 머물렀고 이 기간 득실점 차도 -70을 기록했다.
두 팀은 12일 오후 1시5분 오라클 파크에서 시리즈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파드리스는 우완 마이클 킹, 자이언츠는 좌완 세사르 페르도모를 선발로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