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사실상 이민자 구금시설로…영주권자도 사흘 넘게 억류

올해 25명 72시간 넘게 구금…19명은 영주권자
침대·의료 지원 없이 최장 8일간 공항에 갇혀
연방 하원의원 “트럼프 행정부의 명백한 정책 전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내부 모습. 사진=SFO 제공.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이민자들을 수일간 가두는 사실상의 구금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합법적인 영주권자까지 공항 내 창문 없는 공간에서 사흘 넘게 억류된 사례가 잇따르면서 인권과 적법절차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연방정부 자료를 분석해 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25명이 연방 세관국경보호국에 의해 72시간 넘게 구금됐다. 이 가운데 19명은 합법적인 영주권자였으며, 전체 구금자 중 18명은 이후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72시간을 초과해 구금한 뒤 이민세관단속국으로 넘긴 사례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장기 구금자 가운데 영주권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공항 중 가장 높았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들어 국제공항에서 72시간 이상 구금된 사람이 400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최소 146명이 유효한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세관국경보호국 자체 지침은 입국자를 일반적으로 72시간 이상 구금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만 구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금은 대부분 국제선 입국심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과거 체포 또는 유죄 판결 기록이 확인된 여행객들은 2차 심사실로 옮겨진 뒤 휴대전화와 수하물을 빼앗기고, 공항 관계자들이 ‘환승객 휴게실’이라고 부르는 공간에 수용됐다. 과거 기록이 말소됐거나 비폭력 경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구금 경험자들과 변호사들은 이 공간에 침대와 개인 공간이 없었고 조명이 밤낮없이 켜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부는 의자에 앉은 채 잠을 자야 했으며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 가족과 전혀 연락하지 못하거나, 감시를 받으며 하루 5분 정도만 통화가 허용된 사례도 있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프레즈노 공항으로 입국한 67세 영주권자는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차량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까지 이송된 뒤 8일 동안 구금됐다. 미국에서 50년 동안 합법적으로 거주한 이 남성은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었지만 혈당 검사는 구금 기간 중 한 차례만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측정된 혈당은 정상 범위를 크게 웃도는 280이었다.

그는 “납치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공항에서의 구금을 “심리적 고문”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로 옮겨져 약 5개월을 더 보낸 뒤, 변호인들이 20년 전 경범죄 기록을 해명하면서 석방됐다.

한인 영주권자도 같은 시설에 장기간 구금된 바 있다. 한국계 라임병 연구원 김태흥 씨는 지난해 7월 한국에서 열린 형제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미국으로 돌아오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8일간 억류됐다. 세관국경보호국은 10여 년 전 마리화나 소지 경범죄 기록을 문제 삼았다. 김 씨는 이후 이민세관단속국 시설로 이송돼 약 4개월 동안 구금 생활을 했다.

이민 변호사들은 이전까지 입국심사에서 과거 전력이 발견된 영주권자에게는 통상 2∼3주 뒤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추후 심사’ 기회가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는 공항에서 풀려난 뒤 법원 기록을 준비하고 변호사와 함께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추후 심사 대신 공항 구금과 이민세관단속국 이송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주장이다. 20여 년 전에 말소된 범죄 기록의 원본 확인을 이유로 베트남계 영주권자가 공항에서 6일 동안 구금된 사례도 확인됐다.

공항이 위치한 지역을 관할하는 케빈 멀린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달 20일 예고 없이 시설을 방문하려 했지만 세관국경보호국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연방법은 의원들이 사전 통보 없이 연방 구금시설을 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멀린 의원은 엿새 뒤 다시 방문해 시설 내부에 5명이 수용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과거라면 신속하게 풀려났을 사람들이 이제는 창문 없는 공간에서 소지품과 가족·변호사 연락권을 제한받은 채 며칠씩 갇혀 있다”며 적법절차가 침해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측은 해당 시설이 연방정부 관할이기 때문에 공항이나 샌프란시스코시가 입국 허가와 구금 결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세관국경보호국은 모든 입국자를 공정하고 존엄하게 대하도록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입국이 허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여행객에게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안법률연합은 세관국경보호국이 영주권을 임의로 취소할 수 없으며 영주권 박탈은 이민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항에서 장시간 2차 심사를 받게 될 경우 변호사와의 연락을 요청하고, 변호사의 검토 없이 영주권 포기 등을 포함한 서류에 서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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