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임대료 사상 최고…2베드룸 6천달러 돌파

2베드룸 중간값 6,020달러…전국 최고
1베드룸도 4,180달러, 1년 새 22.9%↑
AI 고용 확대·매물 30% 감소가 상승 압박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인공지능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 회복과 심각한 주택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침실 2개짜리 아파트의 월 중간 임대료가 처음으로 6천 달러를 넘어 뉴욕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임대 플랫폼 줌퍼가 발표한 7월 전국 임대료 보고서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침실 2개 아파트 중간 임대료는 월 6,020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5.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오른 금액으로, 줌퍼가 샌프란시스코 임대료를 집계한 10여 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의 침실 2개 아파트 중간 임대료 5,450달러보다도 570달러 비쌌다.

침실 1개 아파트의 중간 임대료도 월 4,180달러까지 올랐다. 전달보다 3%, 1년 전보다 22.9% 상승했다. 침실 1개 기준으로는 월 4,560달러를 기록한 뉴욕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침실 1개와 2개 주택 모두 줌퍼의 샌프란시스코 집계 사상 최고 기록이다.

상승액을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부담은 더욱 뚜렷해진다. 침실 1개 주택은 1년 전보다 월 약 779달러, 침실 2개 주택은 약 1,238달러 올랐다. 세입자는 같은 크기의 주택을 새로 계약할 경우 연간 각각 약 9,350달러와 1만4,860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임대료를 1년 동안 낸다고 가정하면 침실 1개 주택의 연간 임대료는 5만160달러, 침실 2개 주택은 7만2,240달러에 달한다. 주거비를 세전 소득의 30% 이하로 유지한다는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침실 1개 주택을 감당하려면 연소득 약 16만7,200달러, 침실 2개 주택에는 약 24만800달러가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체 임대시장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줌퍼가 7월 30일 갱신한 도시별 자료에서는 주택 크기와 유형을 모두 합친 월 중간 임대료가 4,256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23.3% 오른 수준이며, 전국 중간값 1,930달러보다 약 121% 비싸다. 당시 줌퍼에 등록된 샌프란시스코 임대 매물은 533건에 불과했다.

임대료 급등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AI 산업의 고용 확대가 꼽힌다. AI 기업과 관련 스타트업이 샌프란시스코에 인력을 집중시키면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주택 수요가 빠르게 늘었지만, 신규 주택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줌퍼는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건설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이며, 자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임대 매물이 1년 전보다 약 3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하지 않고 현재 주택에 머무는 현상도 매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사할 경우 더 저렴하거나 조건이 좋은 주택을 구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시장에 나오는 주택 자체가 줄었다. 수요는 강한데 새 매물과 신규 공급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임대료가 빠르게 오르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건설비와 금융비용도 공급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 컨트롤러실의 주택 사업성 분석을 검토한 도시정책연구기관 스퍼에 따르면 저층·중층·고층 주택을 포함한 80개 개발 시나리오 가운데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는 한 건에 불과했다.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의무주택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100% 시장가격 사업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 자재와 인건비, 보험료, 대출이자 상승으로 개발비가 늘어난 반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금융 조달은 더욱 어려워졌다. 토지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예상 임대수입이 건설비와 투자 위험을 보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승인된 사업조차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현재 임대료가 크게 오르더라도 단기간에 충분한 신규 주택이 공급되기 어려운 구조다.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 상승은 주변 도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 산호세의 침실 1개와 2개 아파트 중간 임대료는 각각 2,770달러와 3,590달러로 집계됐다. 오클랜드도 각각 2,090달러와 2,640달러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보다 저렴하지만 도심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오클랜드 등 인접 지역의 임대시장도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다만 이번 통계가 모든 샌프란시스코 세입자의 임대료가 1년 사이 20% 이상 올랐다는 의미는 아니다. 줌퍼 통계는 주로 시장에 새로 나온 임대 매물의 호가를 토대로 작성되기 때문에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장기 세입자의 실제 임대료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줌퍼의 도시별 임대료 자료도 최근 30일 동안 등록된 매물을 기준으로 매일 갱신된다.

샌프란시스코 임대료 규제를 적용받는 주택은 2026년 3월 1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 기본 연간 인상률이 1.6%로 제한된다. 따라서 이번 급등은 기존 렌트 컨트롤 세입자보다 새로 주택을 구하거나 이사해야 하는 주민, 규제 대상이 아닌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에게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소득 기술 인력에게도 월 4천∼6천 달러의 임대료는 상당한 부담이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 주민에게는 도시 거주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시의 2026년 주택 재정 분석에 따르면 임차 가구의 약 18%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심각한 주거비 부담 상태에 놓여 있다.

AI 산업의 성장으로 샌프란시스코 경제와 인구 유입이 회복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일자리 증가 속도를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경제 회복의 혜택이 임대료 상승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 건설이 본격적으로 늘거나 수요가 둔화하지 않는 한 샌프란시스코 임대료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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