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지은 “나를 믿어준 사람들 생각에 눈물…다시 우승해 믿기지 않는다”

10년 2개월 만에 LPGA 통산 2승 달성
연속 보기 위기서 “끝까지 버티자” 되뇌어
“힘들어도 계속 가라, 세상 끝은 아니다”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에서 샷을 하고 있는 신지은. 사진=LPGA/Photo by Tom Dulat/Getty Images.
10년 넘게 기다려온 우승이 현실이 됐지만 신지은은 아직 자신의 두 번째 우승을 온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승 직후 그의 머릿속에는 트로피보다 다음 일정과 가족,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코치들이 먼저 떠올랐다.

신지은은 2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노스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ISPS 한다 여자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로 우승했다. 김아림을 2타 차로 제친 신지은은 2016년 5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이후 10년 2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다.

신지은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지금은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것이 돌아가고 있다”며 “아마 브리티시오픈이 끝난 뒤에야 이번 우승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뒤에도 약 4시간을 운전해 맨체스터로 이동해야 했다. 맨체스터에는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코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지은은 “지금은 맨체스터까지 운전해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해야 한다”며 “부모님과 빨리 통화하고 싶다. 부모님도 무척 기뻐하고 계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코치들도 맨체스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빨리 만나고 싶다”며 “이번 주 바람 때문에 스윙이 조금 변한 것 같다. 빨리 연습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우승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5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신지은은 6번 홀부터 8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보기를 기록하며 추격자들에게 거리를 허용했다. 9번 홀에서는 공이 그린 밖으로 벗어나면서 위기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약 7피트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10번과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흐름을 되찾았다. 신지은은 최종 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기록했지만, 앞선 라운드에서 확보한 우위를 지켜 정상에 올랐다.

신지은은 연속 보기가 이어졌을 때 자신에게 “계속 경기 안에 머물자. 배를 가라앉히지 말자. 망치지 말자”고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털어놨다. 세 번째 보기를 기록한 뒤에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고, 9번 홀에서 공이 그린 밖으로 흘러나가는 순간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했다.

신지은은 “세 번째 보기 뒤에는 상황이 상당히 암담했다”며 “9번 홀에서 공이 그린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정말 울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중요한 파 퍼트 하나가 신지은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는 “7피트 파 퍼트를 넣었을 때 정말 기뻤다”며 “이어 10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나서는 어떤 상황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에는 정말 필사적으로 버텼다”고 설명했다.

신지은이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캐디 셰인의 역할도 컸다. 신지은은 자신의 머릿속이 때로는 매우 복잡해진다며 캐디가 이를 진정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도중 캐디에게 “지금 너무 불안하고 당황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직접 물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캐디는 “그냥 나와 함께 있어라. 지금 이곳에 머물러라. 나를 보고, 공을 보고, 이번 주 내내 해온 것을 믿고 그대로 실행하라”고 말했다. 신지은은 “캐디가 말한 대로 했다”며 “그 덕분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첫날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그러나 신지은은 기록이나 순위보다 매 순간 눈앞의 샷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나는 그저 페어웨이에 공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18번 홀에서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났을 때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마지막 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다른 어떤 기록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지은에게 두 번째 우승까지 걸린 10년은 단순한 시간의 공백이 아니었다. 올해 LPGA 투어 16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선수 생활 중반 목표와 동기를 잃고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신지은은 “투어 생활 8년 차부터 12년 차 정도까지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내 목표가 무엇인지,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로서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는 몇 년을 내가 누구인지 찾는 데 사용했다”며 “하지만 그 시간을 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신지은의 선수 인생을 바꾼 계기는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대회가 중단되면서 약 6개월 동안 직업을 잃은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낸 신지은은 그제야 프로 골퍼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신지은은 당시를 떠올리며 “모든 것을 하기도 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했다”며 “술을 마시며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는 등 이상한 일들도 많이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하면서 프로 골프를 하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매일 골프는 쳤지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 시간은 내 인생의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신지은은 골프를 향한 열정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골프와 이 일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불꽃을 찾았다”며 “나는 언제나 골프를 사랑했지만, 프로 골퍼라는 직업은 정말 어렵다. 이 일을 계속 사랑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다시 우승하는 것이었다”며 “다시 우승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번 주에 정말 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최종 라운드를 하루 앞두고 코치에게서 받은 전화도 큰 힘이 됐다. 코치는 신지은에게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자랑스럽다는 말을 전했다. 신지은은 코치가 “내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관없다. 네가 올바른 사람들을 곁에 두고 지금의 팀을 만든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코치는 또 “네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너는 이미 그 자리에 설 자격을 얻었다”고 격려했다. 신지은은 “그 말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신지은이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경쟁이었다. 선두를 지키며 추격을 받는 상황을 싫어하면서도 동시에 그 긴장과 압박을 즐긴다고 했다. 그는 “계속 리더보드를 확인했다”며 “추격당하는 것은 싫지만 동시에 정말 좋았다. 나는 아드레날린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파자리 아난나루칸이 버디를 잡으며 추격하고 자신은 연속 보기를 기록하자 두 선수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신지은은 “파자리가 버디를 잡고 나는 보기를 쏟아내면서 바로 옆에서 숨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 상황이 재미있었고 짜릿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뛰는 선수들은 모두 어느 정도 미친 사람들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라며 치열한 승부를 즐기는 자신의 성향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신지은은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10년 넘게 기다린 우승 자체도 벅찼지만, 자신보다 더 오래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생각하자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신지은은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고 믿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작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나를 믿어줬다는 사실이 가장 감정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투어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에는 전문적인 팀을 꾸리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신지은은 “처음 투어에 왔을 때는 선수들이 팀을 꾸린다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며 “팀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하면서 정신적·신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올바른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라며 “이번 우승의 상당 부분을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과거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계속 힘들어해도 괜찮아. 그래도 계속 가.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야”라고 짧지만 강한 답을 내놨다.

신지은은 대회를 위해 힘쓴 클럽하우스 직원과 코스 관리 직원, 프로숍 관계자,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매년 이곳에 오다 보니 익숙한 직원들도 있다”며 “그분들이 다가와 응원해주는 모습에서 가족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샴페인 세리머니 때문에 오늘 함께한 분들에게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며 “건조한 날씨에도 골프 코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모든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0년 넘게 이어진 기다림은 마침내 끝났다. 그러나 신지은은 우승에 머물기보다 곧바로 다음 대회와 스윙 연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긴 방황 끝에 다시 골프를 사랑하게 된 신지은에게 이번 트로피는 단순한 통산 2승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온 시간에 대한 증명이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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