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틀야구단, 리버모어서 세계 정상…인터미디에이트 50/70 월드시리즈 ‘우승’

아시아·태평양 대표 한국, 홈팀 그라나다 11-4 제압
김서하 4이닝 역투에 4회 쐐기 2점포 ‘맹활약’
2015·2018·2023년에 이어 월드시리즈 네 번째 우승

한국 리틀야구단이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에서 펼쳐진 인터미디에이트 50/70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리틀야구가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9일 캘리포니아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에서 미국 서부지역 대표이자 개최 도시 리버모어를 연고로 하는 그라나다 리틀리그를 11-4로 꺾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예선에서는 6전 전승을 거뒀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선발한 U-13 대표 선수들로 구성된 조영인·문성현, 김서하·김현진, 김민수·이지한·최서준, 신지훈, 김강민, 김정암, 김강율, 김승후 등 여러 지역 리틀야구단의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결승전에서는 개최지 홈팀 그라나다가 먼저 기세를 올렸다. 1회초 그랜트 소킨의 적시타로 미국 서부 대표가 선취점을 뽑았다. 수많은 홈 관중이 그라나다를 응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초반부터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곧바로 경기를 뒤집었다. 1회말 공격에서 동점을 만든 뒤 김민수가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려 2-1 리드를 잡았다. 대회 첫 경기부터 장타력을 보여줬던 김민수가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중요한 한 방을 만들어냈다.

김민수는 이번 대회 내내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에 힘을 보탰다.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는 4회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려 한국의 리드를 6-0으로 벌렸다. 앞서 김현진이 1회 2점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김민수까지 대포를 가동하면서 한국은 대회 첫 경기부터 장타력을 앞세워 호주를 10-0으로 완파했다.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결승에서 김서하의 역할도 컸다. 김서하는 마운드에서 4이닝을 책임지며 그라나다의 공격 흐름을 끊었고, 타석에서는 4회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까지 터뜨려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하지만 이번 우승을 김서하 한 명의 활약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 대표팀이 리버모어 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경기에서 다른 선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현진은 대회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호주전 1회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 홈런으로 한국의 리드를 3-0까지 벌렸다. 이후 김현진은 공격뿐만 아니라 투수와 수비에서도 한국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5일 푸에르토리코와의 첫 맞대결에서는 선발로 나서 4.1이닝 동안 2실점으로 버티며 팽팽한 승부를 만들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1-2로 패했지만 김현진의 호투 덕분에 마지막까지 한 점 차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의 많은 투구 때문에 이후 일정에서 투구 제한 영향을 받을 정도로 마운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6일 아루바와의 패자부활전에서는 다시 타자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이 1-1 동점을 만든 뒤 김서하의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고, 이어 김현진이 좌전 안타로 추가 득점을 만들어 4-1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경기 마지막에는 2루로 정확하게 송구해 마지막 주자를 잡아내며 5-4 승리를 확정하는 수비까지 보여줬다.

김강민은 이번 대회 최고의 ‘승부처 해결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3일 아루바와의 첫 맞대결에서 한국은 연장 8회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7회말 2사 후 문성현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로 득점권에 들어갔고, 김강율의 까다로운 타구에 상대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한국은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8회에는 김승후가 선두타자 안타로 기회를 열었고 결국 2사 2, 3루에서 김강민이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6-5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리틀리그도 김강민의 타구를 공식 ‘8회 끝내기 안타’로 소개했다.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이 경기에서는 중심타선뿐만 아니라 하위타선의 끈질긴 집중력이 돋보였다. 문성현이 7회 2사 이후 볼넷을 골라 출루하고 곧바로 도루까지 성공한 것이 동점의 출발점이었다. 김강율은 상대 내야수가 처리하기 까다로운 타구를 만들어 송구 실책을 유도했고, 김승후는 연장 8회 선두타자로 안타를 때려 끝내기 기회의 발판을 놓았다. 결과적으로 김강민의 끝내기 안타가 가장 눈에 띄었지만 그 전에 이어진 문성현, 김강율, 김승후의 플레이가 없었다면 역전승도 쉽지 않았다.

이지한과 김민수 역시 아루바와의 첫 경기에서 중요한 타점을 올렸다. 한국은 1-1로 맞선 4회말 이지한과 김민수의 연속 적시타를 앞세워 3-1로 달아났다. 이후 다시 역전을 허용하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초반 두 선수의 타점이 있었기에 경기 후반까지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유지했다.

푸에르토리코전 패배 이후 열린 6일 아루바와의 재대결에서도 선수들이 돌아가며 역할을 했다. 선발 김서하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김민수와 조영인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4회초 신지훈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공격의 불씨를 살렸고, 김강민의 내야 땅볼로 동점을 만든 뒤 김서하의 우전 적시타로 역전했다. 김현진의 적시타까지 이어졌고 5회에는 최서준이 추가 적시타를 터뜨려 5-1까지 격차를 벌렸다. 한국은 경기 후반 실책으로 5-4까지 쫓겼지만 끝까지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최서준의 적시타는 기록상 한 점에 불과했지만 결과적으로 승부를 가른 귀중한 점수였다. 한국이 최종적으로 5-4로 승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회 최서준이 만들어낸 다섯 번째 득점이 결승점이 된 셈이다. 한 경기에서 주연으로 부각되지 않은 선수의 한 번의 타석이 대회 생존 여부를 좌우한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한국의 팀 야구가 가장 잘 드러난 경기는 8일 푸에르토리코와의 국제 챔피언십이었다. 앞선 경기에서 한국에 1-2 패배를 안겼던 푸에르토리코를 다시 만난 한국 대표팀은 이번에는 13점을 몰아치며 13-8로 설욕했다. 무엇보다 김서하와 김현진이 투구 제한으로 마운드에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투수들이 역할을 나눠 맡아야 했다.

타선에서는 조영인이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김현진도 4타수 3안타, 김강민은 3타수 2안타, 김서하는 2안타를 기록하는 등 상위 타선이 고르게 폭발했다. 특히 김강민은 4타점을 책임지며 승리의 중심에 섰다.

조영인은 방망이뿐 아니라 마운드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리틀리그 공식 기록에 따르면 조영인은 이 경기에서 6개의 삼진을 잡았다. 타석에서도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 한국이 다시 리드를 가져오는 데 힘을 보탰다. 한 경기에서 4안타를 기록하면서 투수로도 6탈삼진을 잡아낸 것은 한국이 에이스 두 명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마운드에서는 조영인에 이어 이지한이 투입됐고, 경기 중반 최대 위기에서는 김정암이 등장했다. 6-6 동점 상황에서 2사 만루까지 몰렸지만 김정암이 추가 실점 없이 위기를 정리하며 푸에르토리코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뻔한 흐름을 끊었다. 이후 신지훈이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리드를 지키며 국제부 챔피언 등극을 확정했다. 김서하와 김현진이 마운드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영인, 이지한, 김정암, 신지훈이 이어 던지며 버틴 것이 13-8 승리의 또 다른 핵심이었다.

김강민은 이 경기에서도 장타보다는 주자가 있을 때 필요한 타격을 해냈다. 공식 하이라이트에는 김강민의 2타점 적시타가 별도로 소개돼 있다. 첫 아루바전에서는 연장 끝내기 안타, 푸에르토리코와의 국제 챔피언십에서는 4타점. 경기의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집중력이 돋보였다.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이렇게 국제 챔피언에 오른 한국은 하루 뒤 미국 챔피언 그라나다와 세계 챔피언 결정전을 치렀다. 그라나다는 리버모어를 연고로 한 팀으로 미국 챔피언십에서 산라몬의 볼린저 캐니언을 5-3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 한국으로서는 세계대회 결승을 사실상 상대의 홈구장에서 치르는 셈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홈 관중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김민수의 초반 적시 2루타로 경기 흐름을 되찾았고 김서하가 마운드를 책임지는 사이 타선이 꾸준히 점수를 추가했다. 김서하는 4회 2점 홈런까지 때렸고, 한국은 결국 11점을 뽑아내며 그라나다의 추격을 4점에서 막았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자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서로를 끌어안으며 세계 정상 등극을 자축했다.

한국 대표팀의 최종 월드시리즈 성적은 5승1패였다. 호주에 10-0, 아루바에 6-5로 승리한 뒤 푸에르토리코에 1-2로 패했다. 이후 아루바를 5-4로 제압했고 국제 챔피언십에서 푸에르토리코를 13-8로 꺾었다. 마지막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그라나다를 11-4로 제압했다. 6경기에서 46득점, 23실점이었다.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9일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린 2026 리틀리그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도 크다. 인터미디에이트 50/70 베이스볼은 리틀리그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11~13세 선수 대상 디비전이다. ‘50/70’은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50피트, 베이스 사이가 70피트라는 의미다. 일반 리틀리그의 46피트 마운드·60피트 베이스와 정규 야구의 60피트 6인치 마운드·90피트 베이스 사이를 연결하는 경기 규격으로 만들어졌다. 주자는 투구 전에 리드를 할 수 있고 언제든 도루를 시도할 수 있어 일반적인 12세 이하 리틀리그보다 한층 정규 야구에 가까운 경기 운영이 이뤄진다.

올해 대회는 지난 2일부터 리버모어 맥스 베어 파크에서 열렸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디스트릭트57, 중부, 동부, 남동부, 남서부, 서부 등 6개 지역 대표가, 국제부에서는 아시아·태평양, 호주, 캐나다, 유럽·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푸에르토리코 등 6개 지역 대표가 출전했다. 미국과 국제 브래킷에서 각각 챔피언을 가린 뒤 두 우승팀이 마지막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는 방식이다.

한국 대표팀의 이번 우승은 인터미디에이트 50/70 월드시리즈 통산 네 번째 정상 등극이다. 한국 대표팀은 2015년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과 2023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2026년 다시 우승하면서 2015년, 2018년, 2023년, 2026년 네 차례 세계 챔피언이 됐다.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에서 펼쳐진 인터미디에이트 50/70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글·사진=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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