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고층 콘도 스프링클러 의무화 논란…가구당 최대 22만5천달러

노후 고층건물 126곳·1만여 가구 적용 대상
주민 반발 확산…시는 시행 연기·규정 재검토

가정용 스프링클러.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의 오래된 고층 주거건물에 자동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규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가 의뢰한 최신 비용 분석에서 건물 여건에 따라 가구당 설치비가 1만5천달러에서 최대 22만4천9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일부 콘도 소유주들은 사실상 25만달러에 가까운 부담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며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된 규정은 샌프란시스코시가 2022년 소방규정을 개정하면서 도입했다. 대체로 1975년 이전에 지어진 약 12층 이상의 일부 고층 주거건물을 대상으로 각 주거 유닛 내부에 자동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약 126개 건물, 1만 가구 안팎으로 놉힐과 러시안힐, 퍼시픽하이츠, 마리나, 텔레그래프힐 등에 많이 분포해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공사비다.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위원회 예산·입법분석실이 50가구 규모의 가상 건물 세 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가구당 비용은 최소 1만5천달러에서 최대 22만4천900달러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비용 격차가 큰 이유는 건물마다 기존 소방설비와 급수관, 전력, 배관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스프링클러와 소방용 급수설비가 갖춰진 건물은 가구당 1만5천~2만달러 수준에서 공사가 가능할 수 있지만, 별도의 펌프와 물탱크, 비상전력설비, 신규 배관을 설치해야 하는 건물은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배관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벽과 천장 내부에 설치하려면 철거와 복원공사까지 필요해 공사비가 20만달러를 넘을 수 있다. 시 분석에서 가장 복잡한 조건을 가정한 경우 가구당 비용은 22만4천900달러까지 올라갔다.

일부 주민과 주택소유자협회는 실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사 과정에서 석면이나 납 성분 페인트가 발견될 경우 별도의 제거 작업이 필요하고, 내부 마감 복원 비용까지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건물에서는 최종 부담액이 가구당 25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래된 콘크리트 고층건물은 새로운 배관을 넣을 공간이 부족하거나 고층까지 충분한 수압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일부 건물에는 복도나 비상계단에 이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만 현행 규정을 충족하려면 각 주거 유닛 내부까지 설비를 확대해야 한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규모 특별분담금이다. 가구당 비용이 수십만달러에 이를 경우 주택소유자협회가 주민들에게 일시불 또는 장기간의 추가 관리비 형태로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고정소득에 의존하는 은퇴자나 고령 주민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스프링클러 의무화가 콘도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거액의 특별분담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건물은 구매자들이 거래를 꺼리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하거나 거래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소방당국과 건설업계에서는 20만~30만달러 수준의 비용이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 공사 사례를 보면 상당수 건물은 가구당 1만5천~2만달러 수준에서 공사가 가능할 수 있으며, 건물별 구조와 기존 설비 상태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번 시 분석도 대상 건물들의 조건이 서로 달라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 평균 비용을 산출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기존 소방설비 유무, 급수관 설치 필요성, 배관을 노출형으로 설치할지 내부에 매립할지 등에 따라 비용 차이가 수배 이상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셰릴과 대니 소터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는 약 126개 건물을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기보다 건물별 상황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언덕에 위치해 별도의 고압 급수설비가 필요한 건물처럼 비용이 급증하는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주민 반발이 커지자 시행 일정을 늦췄다. 관련 스프링클러 개조 기한은 기존 2028년에서 2035년으로 연장됐으며, 시 당국은 기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현행 규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기술자문위원회는 수퍼바이저와 주민 대표, 소방국, 건설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해 건물별 비용과 기술적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구조상 설치가 지나치게 어렵거나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건물에 대해서는 일부 면제나 대체 소방안전 조치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른 도시들의 사례도 검토 대상이다. 샌디에이고는 유사한 스프링클러 의무화 규정을 폐지했고, 휴스턴과 샌안토니오는 콘도 건물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호놀룰루와 플로리다는 개별 주거 유닛이 아닌 복도 등 공용공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논쟁의 핵심은 화재 안전 강화와 주민 부담 사이의 균형이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지하는 측은 고층건물 화재에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안전장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화재 안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건물에 동일한 방식의 설치를 요구하는 현행 규정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가구당 비용이 1만5천달러에서 22만4천900달러까지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술자문위원회가 어떤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약 1만 가구에 영향을 미치는 샌프란시스코 고층 콘도 스프링클러 의무화 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스티브 권 기자 / steve.kwon@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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